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는 증권선물위원회가 제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에 전방위 자료 요청에 나섰다. 특히 제재 대상자인 삼성바이오에 10여개가 넘는 항목에 대해 자료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안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금감원의 삼성바이오 제재 결정에 대한 판단 근거를 들어보기 위해 예정에 없던 증선위 임시회의를 12일 개최하기로 하는 등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이 균형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만큼, 증선위가 속도보다는 공정함에 방점을 두고 운영되는 모양새다.
1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열린 첫 증선위에서 증선위원들은 금감원과 삼성바이오 등에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요청했다. 특히 삼성바이오에는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바이오산업을 이해할 수 있는 기초 자료부터 공시 내용과 사업보고서 등 회계기준변경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자료 등 15개 항목을 지정해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리위 때도 위원들이 삼성바이오 등에 자료를 요청하긴 했지만, 삼성바이오가 금감원에 제출한 자료가 있어 이번처럼 광범위하게 자료를 요청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에 정통한 관계자는 “감리위는 회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지만, 증선위는 회계 전문가들이 아닌 분들도 있어 좀 더 자세하게 내용을 살피기 위해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분식회계 판단과 관련해 증선위가 민간위원들에게 ‘키맨’ 역할을 부여한 점도 ‘현미경’ 심사를 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김용범 위원장이 “심의과정에서부터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민간위원 세 분의 전문성과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속도 보다는 정확한 심사를 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열리는 증선위가 분식회계 여부를 가리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선위원들은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고 1차에 이어 대심제로 진행되는 회의에서 금감원과 삼성바이오의 주장을 바탕으로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는 20일 개최되는 정례 증선위의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12일 오후 증선위 임시회의를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금융위는 지난 7일 열린 첫 증선위에서 20일 2차 증선위를 연다고 밝혔지만, 첫 회의부터 대심제로 진행되다 보니 정작 금감원의 조치안에 대한 논의는 부족해 정례회의 전에 다시 한 번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번 임시 회의에는 금감원만 출석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감사인인 삼정·안진회계법인 측은 참석하지 않는다. 이후 회의는 예정대로 20일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인이 동시에 출석해 대심제로 진행된다. 다만 3차 회의에서도 추가자료에 대한 검토와 이와 관련한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최종 결론은 7월 열리는 증선위에서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