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 김정은에 전용기 제공…'중국 역할론' 재부상

소식통 "김창선, 베이징서 중국 항공기 무상임차 논의한 듯"

환구시보 "中, 북미정상회담 각종 변수에 중요한 역할 했다"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영접인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출처=연합뉴스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영접인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출처=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전용기가 아닌 중국이 제공한 항공기로 싱가포르에 도착하자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남북한과 미국만이 참여하는 종전 선언이 검토되면서 중국이 배제되는 ‘차이나 패싱’이 언급되는 상황이었는데 김 위원장이 중국의 지원을 받아 싱가포르로 가면서 중국이 북한의 든든한 ‘뒷배’임을 대외적으로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11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달 초부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측에 이동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에서는 중국 고위급 전용기인 747기를 포함해 다양한 기종을 빌려줄 수 있다며 북한 측에 ‘러브콜’을 보냈고 고심하던 북한도 김 위원장의 안전을 고려해 중국이 제공하는 전용기를 이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북미정상회담 의전을 미국 측과 협의하던 ‘김정은 위원장의 집사’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 6일 다급히 베이징으로 날라와 중국 측과 중국국제항공 보잉 747기와 에어버스 330기의 임차 문제를 마무리한 뒤 7일 다시 싱가포르로 향한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국제항공 소속의 에어버스 330기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 북측 북미정상회담 실무진을 태우고 지난 9일 싱가포르로 날아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이 타는 고위급 전용기인 중국국제항공 소속 보잉 747기 또한 지난 10일 새벽에 평양에 도착해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뒤 중국의 특급 경호 속에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했을 때부터 북한이 보유한 항공기로는 김정은이 싱가포르로 가기 힘들다는 점을 파악하고 항공기 무상 제공을 제의하며 북한에 환심을 사려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향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을 등에 업고 중국이 끼어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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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6일 싱가포르에 있던 김창선 부장이 갑자기 베이징에 왔다가 하루 만에 다시 싱가포르로 간 것도 중국에 항공기를 빌리는 최종 절차를 협의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일을 통해 북중간 전략적 결속은 한층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으로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항공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가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나면서 중국이 후원자임을 대내외에 알린 바 있다.

현재 북한은 외국에 나가려면 평양에서 베이징 공항을 거쳐야 하는 등 사실상 중국이 북한의 이동권을 장악하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간 것은 중국이 북한을 세계로 나오게 하는데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면서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에 각종 변수가 나타날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고 중국이 이 회담을 은연중에 방해한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은 북미가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라고 계속 주장해왔으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항상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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