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의 지침은 제도 시행을 코앞에 두고 뒤늦게 나온 것도 문제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사내교육이나 해외출장·휴게시간 등 정작 현장에서 궁금해하는 근로시간 문제에 대한 세부 지침을 제시하기는커녕 사용자의 지시 여부, 불이익 여부 등을 따져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근로시간 포함 여부에 대해 개별 근로계약이나 노사 서면합의를 통해 알아서 결정하라는 식이다.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한 채 오히려 노사 갈등만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비판이 높다. 이런데도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제도 내용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잘못된 홍보 탓으로 돌리고 있다. 문제의 뿌리는 보지 못한 채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산업현장은 근로시간 단축을 20여일 앞두고 인력운용 문제로 초비상이다. 기업마다 이런저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자칫 근로기준법을 어겨 형사처벌이라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골머리를 앓느니 차라리 인력을 줄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당국은 기업들이 활용하겠다는 유연근로시간제에 대해 이달 말까지 기다리라며 한가한 소리를 할 뿐이다. 산업계의 혼란을 최소화할 더욱 정교한 지침과 보완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