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진짜 사람 같아진 '구글 AI'…삼성·LG 생존, AI 투자에 달렸다

[이슈&스토리-구글 AI스피커 하반기 출시…IT판 흔드나]

두개 이상 명령어 복합수행 가능하고 시각정보도 제공

금융·배달·세탁·의료서비스 등서 지배력 더 커질 듯

삼성·LG 데이터 축적면서 역부족…SW 역량 키워야

오는 7월 구글의 ‘스마트 디스플레이’가 출시된다. 말을 걸고 듣기만 하던 기존 구글 인공지능(AI) 스피커에 화면이 추가돼 시각 정보도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5월 구글은 경악할 만한 수준으로 진화한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도 공개했다. AI가 직접 식당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해도 식당 주인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구글이 외쳐온 ‘AI 퍼스트’의 결과물이다. PC와 모바일 시대에 ‘검색’ 기능에 충실하며 소프트웨어 영역에 머물렀던 구글은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스피커·스마트폰·가전·자동차 등 모든 하드웨어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야 AI 전략을 구체화 중인 삼성과 LG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AI 수준은 축적된 데이터 양에 달렸는데 구글과의 데이터 빈부 격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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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공룡’ 구글·아마존…진짜 사람 같아진 AI=최근 구글이 공개한 AI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AI 비서가 사용자를 대신해 식당·병원·미용실 등을 예약하는 ‘듀플렉스(Duplex)’ 기능은 사람과 AI의 구분을 어렵게 한다. 예약을 받던 식당 주인이 갑자기 “4명 이하는 예약이 안 된다”고 말하면 구글 AI가 “그럼 그 시간대에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죠?”라고 되묻는다. 대화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질문을 던지는 수준까지 발전한 것이다.

생활 전 영역에서의 활용도도 높아졌다. 구글 AI는 두 개 이상의 명령어를 복합 수행하는가 하면 한두 글자만 입력해도 예상 문장을 완성·추천해준다. 오래전 흑백사진을 컬러사진으로 재구성해주고 종이 문서를 카메라로 찍으면 PDF 파일로 전환하기도 한다. 의료 부문에서는 AI의 안구 스캔만으로 심장질환 등을 예측하는 기술이 상용화할 예정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데이터 공룡인 아마존의 AI도 빠르게 진화 중이다. 쇼핑에 특화된 AI 스피커를 개발, 2015년 출시 초 100개에 불과했던 기능은 지난해 말 기준 2만5,000개로 확대됐다. 아마존은 AI 스피커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 중이며 LG전자(066570)를 비롯해 전 세계 하드웨어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전자상거래 영역뿐만 아니라 금융·배달·세탁·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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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양극화 심화할 것…삼성·LG, AI 투자에 생존 달렸다=문제는 구글·아마존 등의 AI 기술 진화가 우리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데이터 축적량에서 앞선 만큼 AI 기술 수준은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PC 시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모바일 시대에는 애플과 구글이 시장 1등을 장악했던 것처럼 IoT 시대에는 구글·아마존의 우월적 지위가 고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PC 운영체제에서는 윈도를 떠올리고 자동차에서는 벤츠를 떠올리듯 한번 1등은 뒤집히기 어렵다”면서 “빅데이터 자체가 자원이 된 시대에는 1등의 압도적 AI만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전·스마트폰 중심의 하드웨어 기업이던 삼성·LG가 소프트웨어 역량까지 키우려고 하지만 이 같은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삼성은 막대한 자본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자체 AI 비서 ‘빅스비’를 중심으로 자사의 가전·스마트폰 등을 연결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한국·미국·영국·캐나다·러시아 등 5개 지역에 AI 연구소를 세우고 1,000여명의 AI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반기에는 AI 스피커와 ‘빅스비 2.0’ 버전도 공개할 예정이다. LG의 경우 자체 AI 비서 ‘딥씽큐’와 구글·아마존 AI 비서를 병행하는 ‘오픈 플랫폼’ 전략을 고수 중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AI 조직을 설립했고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AI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AI 적용 ‘지능형 로봇’에 미래를 걸고 관련 기업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삼성·LG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의 경우 데이터 축적 면에서 구글이나 아마존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삼성 측에서는 매년 공급하는 수억대의 삼성 정보기술(IT) 기기들로 빠르게 데이터를 쌓아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글과 아마존에 익숙해진 소비자를 사로잡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LG의 경우 당장 구글·아마존 협업으로 사용자 편의를 높이고 있지만 구글과 아마존의 차별화 기능에는 천문학적 비용 지불해야 하거나 아예 배척당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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