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유명무실한 저공해차 의무판매...벤츠 등 실적 '0'에도 제재 없어

자동차사 목표치 미달해도

계획만 내면 그대로 통과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으로 자동차 제작사에 전기차 등 저공해차 의무보급 비율을 제시한 뒤 구체적인 판매계획을 검증해 승인하고 있지만, 목표 미달 시 제재방안이 없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업체들이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계획을 내면 그대로 통과하는 식인데, 사실상 정부가 제작사의 거짓말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연평균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가 3,000대를 넘어 저공해차 보급의무제를 적용받는 제조사 20여 곳 중 올해 저공해차 보급 비율 10%에 미달하는 판매계획을 세워 검찰 고발 대상에 오른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벤츠의 경우 지난해 저공해차량을 단 한 대도 팔지 못했고, 현재 저공해차량은 단 1종(GLC 350 e 4MATIC) 뿐이다. 의무보급 기준 미달분은 120%가 할증돼 다음 해 목표량에 더해지는데 벤츠는 지난해 할당량(9.5%)의 1.2배에 올해(10%)까지, 전체 판매 차량의 약 15%를 저공해차로 채워야 한다. 그러나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저공해차량 1종의 판매량은 119대로 전체의 0.34%에 그쳤다. 올해 중 추가로 저공해차량 1개 차종이 추가 출시되고, 하이브리드 차량은 실제 판매 대수를 계산할 때 1대 당 최대 2.5대까지 인정받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금 추세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츠는 고급차 위주여서 하이브리드나 저공해차량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벤츠가 ‘공수표’격인 판매계획서를 정부에 낸 건 지난해 솔직하게 목표량 1.2%를 제시했다가 검찰에 고발당하고 수백만원의 벌금을 내는 난리를 치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벤츠는 올해 가능성과 별개로 기준에 맞춰 계획을 제시했고, 정부는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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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단 벤츠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6년의 경우 의무 보급기준을 채운 제작사는 단 한 곳도 없었고, 9% 보급 기준 대비 실제 보급률은 평균 51.8%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다수 제작사가 이를 지키지 못했는데, 환경부는 구체적인 수치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저공해차 의무보급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이유는 목표치를 못채워도 다음 해에 미달분의 120%를 더해 계획만 세우면 아무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성 있는 판매 계획을 내면 검찰 고발을 당하고, 어떻게든 정부기준에만 맞춰 내면 바로 승인이 되니 제작사는 거짓말을 하고 정부는 눈감아주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와 관련해 목표 미달 차량 마다 대당 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개정법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제작사들이 비용부담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분간 저공해차 의무보급 제도가 계속 표류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현실성이 없었다”며 “미세먼지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불필요한 행정낭비만 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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