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캐릭터 상품화로 문구 불황 이겨나갈 것"

허상일 모닝글로리 대표

'뭉스·봉쥬르비숑' 등 캐릭터 접목

화장품·생활용품으로 사업 확장

상품 다각화 통해 해외시장 개척

기존 소매 문구점에도 도움 되길




“2000년대 초반에 블루베어(Blue Bear) 캐릭터를 본격 활용하고 있을 때만 해도 저희는 생활용품을 별로 취급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최근에 생활용품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캐릭터를 이용할 기회가 더 많아졌습니다. 한번은 우산에 저희 캐릭터를 씌웠는데 판매가 더 늘어나기도 했죠. 캐릭터 스토리텔링과 상품 다각화가 맞물리면 충분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이유입니다.”

허상일(61·사진) 모닝글로리 대표가 1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내놓은 돌파구는 캐릭터 사업과 제조상품 다각화의 ‘투트랙’이다. 2010년도 들어 학령인구 감소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문구 제조업계가 침체기에 접어들자 모닝글로리는 주력상품인 문구 외에도 화장품·생활용품·스포츠용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결과적으로 모닝글로리는 지난해 매출액 529억원을 기록하면서 2010년 437억원의 실적을 낸 이후 준수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허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생활용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미만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0% 가까이 된다”며 “기초 화장품이나 가방처럼 문구점에서 팔 수 있는 생활용품을 1차 타깃으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품 다각화를 뒷받침할 키워드는 전통의 ‘캐릭터 스토리텔링’이다. 캐릭터를 통해 문구상품의 개성을 살리는 마케팅 기법은 모닝글로리가 37년 동안 밟아온 길을 설명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2002년엔 자체적으로 내놓은 ‘블루베어’가 ‘대한민국 10대 캐릭터’로 선정되는 등 모닝글로리는 문구업계에서 독보적인 ‘소프트 파워’(물리력이 아닌 문화·예술적 매력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힘)를 선보여왔다. 최근에는 ‘뭉스’에 이어 ‘봉쥬르비숑’도 내놓으면서 문구와 캐릭터의 ‘콜라보’를 이어가고 있다.

허 대표는 상품 다각화로 캐릭터 사업의 ‘영토’가 넓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 문구의 장점이 캐릭터 상품화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엔 캐릭터 스토리텔링이 문구에만 국한됐다면, 이제는 생활용품에까지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어 콘텐츠 사업 여건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그는 캐릭터 콘텐츠 강화로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는 복안이다. 허 대표는 “블루베어 관련 제품이 한창 나오던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수출을 많이 했다”며 “캐릭터 개발 같은 지적산업에서 활력을 창출해야 국내 문구시장의 한계를 깨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베트남에서 ‘뭉스’ 캐릭터가 사랑받고 있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허 대표는 “현지 상품보다 4~5배는 비싼데도 베트남에서 저희 제품과 뭉스 캐릭터의 인기가 높다”며 “매장에서 따로 모닝글로리 상품 코너를 마련할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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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모닝글로리는 현재 진행 중인 베트남의 서적·문구유통매장인 파하사(FAHASA)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허 대표는 애니메이션 사업 진출에 대해선 “목표는 있는데 자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캐릭터를 알려가면서 점진적으로 애니메이션 사업으로 확장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그렇다고 캐릭터 콘텐츠라는 ‘소프트 파워’에만 의존한다는 건 아니다. 문구 상품의 품질도 꾸준히 높여나가 기본에도 충실할 생각이다. 허 대표는 “재질과 경량을 업그레이드해 다이어리와 플래너 시장에서 고급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2000년대 후반 출시된 ‘마법사’ 다이어리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이처럼 다이어리와 플래너 쪽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성인 문구시장을 선점할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통적으로 문구업계는 학용품 위주로 상품을 생산해 학생들이 주 고객층이다.

허 대표는 “상품 다각화로 모닝글로리와 동고동락한 문구점 업주들과 상생해 나갔으면 좋겠다”고도 얘기했다. 20년 가까이 영업 파트를 맡아온 그는 대표이사가 된 지금도 하루에 두 번씩은 도소매 문구점을 방문한다.

그는 “우리 품목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 문구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 문구류만으론 문구점도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왔기 때문에 저희가 문구점에서 팔 수 있는 생활용품을 양질로 내놓는 게 우리 입장에서 그나마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 몰이나 지방 오프라인 점포로도 유통망을 확장할 계획”이라면서도 “기존 소매점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온라인에 지나치게 최저가로 상품을 내놓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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