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송영중 부회장 사실상 직무정지] '송 스캔들'에 경총 신뢰 바닥…'재계의 입' 닫히나

"내부갈등 없다"지만 직무배제

손경식 "회원사에 거취 맡길 것"

송 부회장 사퇴해도 후폭풍 우려

전국 4,300여개의 기업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친노동 성향의 상근부회장이 노동 현안을 두고 잡음을 겪다 재택근무를 하는가 하면 회원사들은 사용자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경총에 화살을 돌리는 모습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CJ 회장)이 “내부 갈등은 없다”고 봉합에 나섰지만 사태는 송영중 경총 상근부회장의 자진사퇴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1215A12 경총논란일지



11일 송 부회장은 서울 마포구 경총 회관에 10여일 만에 출근해 “내부 잡음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송 부회장은 휴대폰을 내밀어 보이며 “이걸로 결재를 다 하고 정상적으로 일을 했다”며 “(거취 문제는) 공식 해명 자료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전10시께 출근한 손 회장도 “내부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봉합되는 듯한 사태는 12시께 급변했다. 경총을 나선 송 부회장은 거취 문제에 대해 “노코멘트”라며 떠났고 손 회장은 “개인의 문제라 조심스럽다”며 “회장단을 통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곧 경총은 “경총 업무는 회장이 직접 지휘·관장해오고 있다”며 “송 부회장 거취는 회원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결정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제껏 경총 사무국의 업무는 상근부회장이 도맡아왔다. 경총은 송 부회장을 일단 직무에서 배제하고 회장단이 거취에 대한 키를 넘겨받았다.


문제는 회원사들이 지난 4월 송 부회장 취임 이후 경총의 리더십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혼란에서도 드러났다. 당초 상여금과 숙식비 등 산입범위는 국회에서 결론 내기로 했다. 경총이 돌연 노동계의 요구에 맞춰 노사정이 함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처리하자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친정부·친노동 성향이 강한 송 부회장이 이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에 올해 최저임금이 16.4% 뛰며 인건비 부담이 컸던 회원사는 “경총이 노총 2중대냐”며 비판했고 경총은 하루 만에 국회에서 결론을 내리기로 입장을 번복했다. 송 부회장은 이후 재택근무를 알리고 외부에서 근무하다 이날 10여일 만에 출근했지만 경총 내부의 상처는 더 곪아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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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회장단은 늦어도 다음 주께 회의를 열어 송 부회장 거취를 정할 계획이다. 분위기는 사퇴로 가는 모양새다. 중기중앙회를 중심으로 경총 역할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최저임금은 물론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회원사 고위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는 대우조선만 해도 고통분담을 했다가 현 정부가 들어서자 초강성인 금속노조에 가입해 산별노조로 전환했다”며 “멀쩡한 노조도 강성으로 가는 파도가 치는데 경총이 현 체제로 방파제가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경총도 국정농단 사태로 위상이 추락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회원사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하며 14년간 경총 사무국을 도맡던 김영배 상임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해라”는 질타를 받은 후 올해 회장 선임과 관련된 혼란을 책임지고 사임했다. 이후 추천인이 알려지지 않은 노동부 고위 관료 출신인 송 부회장이 후임으로 오며 ‘관치’ 의혹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모두가 위(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지 않겠느냐”며 “정부가 추천한 송 부회장을 회원사가 내보내도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조민규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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