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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선임 못한 상장사, 의결 정족수 채우기 '비상'

올 선임안 부결 56곳 중 48곳

"의결 정족수 채울 자신 없다"

임시주총 날짜·계획도 못잡아

최악땐 무더기 상폐위기 내몰려

'3%룰' 폐지 등 개선 목소리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에 실패한 기업들이 여전히 감사 선임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선임을 위한 주총을 열어야 하지만 정족수를 채울 자신이 없어 임시 주총 날짜조차 못 잡고 있다. 일부 상장사는 주총을 소집했으나 재차 부결 사태를 맞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3%룰’ 폐지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입법권한을 지닌 국회에서는 법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 56곳 중 감사 선임을 위해 추가로 임시 주총을 열거나 일정을 잡은 곳은 8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48개사는 임시 주총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 코스닥 상장사 투자설명회(IR) 담당자는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이미 정기 주총에서 직원들 상당수가 주주들에게 연락을 돌려 주총 참여를 독려했는데도 안 됐는데 임시 주총에서는 인원을 채우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며 “그렇다고 전 직원들이 달라붙어 이 일에만 매달릴 수도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지난해까지는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참석 주주의 투표 비율만큼 불참 주주에 적용해 의안 결의에 이용하는 ‘섀도보팅’ 제도가 적용됐으나 올 들어 전면 폐지됨에 따라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감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3%룰’로 인해 감사 선임 안건은 무더기 부결 사태를 빚었다. 상대적으로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 상장사일수록 감사 선임에 실패한 곳이 많았다.


문제는 감사 선임을 하지 못한 상장사들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를 당할 수 있음에도 좀처럼 감사 선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장사가 사외이사·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하거나 주총에서 재무제표를 승인받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1년 안에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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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상장폐지에 내몰린 상장사가 50개에 육박하지만 이들은 주총을 연다고 해서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이미 임시 주총을 연 5개사 가운데 감사 선임에 성공한 업체는 코스닥 업체인 지디(155960), 단 한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iMBC(052220)·솔루에타(154040)·드래곤플라이 등은 여전히 안건 처리에 필요한 최소 인원을 꾸리지 못했다. 이들 3개사는 각각 소액주주 비중이 41.85%, 63.50%, 48.65%에 달하는데 개인주주의 상당수를 특정일에 한데 모으기는 쉽지 않다. 이런 까닭에 대다수 업체가 일정도 못 잡고 있는 현실이다.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금융당국에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정기 주총에서 특정일에 주총이 열리는 것을 피하고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등의 수단을 동원했지만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달라는 주장이다. 금융당국도 올해 정기 주총에 앞서 주주들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이다.

상장사협의회는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장사가 오는 2019년 199개, 2020년에는 224개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코스닥협회는 보통 결의의 경우 참석주주의 과반수, 특별결의는 참석주주의 3분의2 이상으로 주총 결의 요건을 완화하고 3%룰은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권성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3%룰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국회에 감사 선출 개선을 위한 안건이 다수 올라가 있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재철 코스닥협회장은 “남북 관계 개선과 지방선거 등으로 국회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는데 선거 이후 제도 개선을 위해 금융당국과 계속해서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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