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범죄 사실의 많은 부분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는 앞서 박 전 대표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11일 만이다. 법원은 “피의자가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해 형사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조직적 증거인멸에 가담했다고 볼 수 없고, 도망의 염려가 없다는 점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검찰은 박 전 대표에 대해 2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를 집중해왔다. 그가 2013년 7월~2015년 12월까지 노조와해 공작인 ‘그린화’ 작업을 주도한 실무 책임자로 삼성전자·그룹 미래전략실 등 윗선과 연결되는 핵심 인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노조 탄압에 항의하다 목숨을 끊은 조합원 염호석씨의 장례를 노동조합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회유하고자 유족에게 회삿돈 6억원을 불법 지급하는 데 박 전 대표가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또 그 과정에서 대규모 경찰 인력이 동원되는 등 삼성·경찰 간 유착 관계 의혹에도 관계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근 노무 분야를 전담하고 있는 경찰 간부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A씨를 상대로 그가 삼성 노조 와해 의혹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이 박 전 대표는 물론 염씨 유족 회유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 수사 계획에도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씨는 염씨 시신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운구할 당시 경찰이 출동하도록 112에 신고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숨진 염씨 시신을 두고 노조와 가족 사이의 마찰이 생긴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수백명의 경찰인력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경찰 등 윗선 간 유착이 있었다고 의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간 청구했던 대부분 영장이 기각돼 피의자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삼성전자·그룹 미래전략실은 물론 경찰 유착 관계까지 파헤친다는 검찰 수사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수사 착수 이후 10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단 한 건을 제외한 9건이 법원에서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