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까지만 해도 ‘핵 단추’까지 언급하며 막말 폭탄을 주고받았던 북미 정상이 6개월 뒤 역사상 첫 회담을 하게 되기까지는 손에 땀을 쥐게 한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처음으로 직접 비핵화 담판에 나선다는 소식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두 정상의 밀고 당기기로 한반도는 90일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물꼬를 튼 것은 지난 3월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방북 특사단의 백악관 방문이다. 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와 회담 의사를 전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즉석에서 수락하면서 회담 개최 논의가 공식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3월 말 극비리에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회담 개최는 더욱 굳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9일 각료회의에서 “5월 말 또는 6월 초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말하며 처음으로 회담 시점을 밝혔다.
그러나 회담 일정 발표가 계속 늦어지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지난달 7~8일 중국을 방문해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재확인하면서 회담 개최는 난기류에 휩싸였다. 이때 해결사로 등장한 인물이 폼페이오 장관이다. 그는 지난달 8~9일 두 번째로 방북해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동시에 북한 억류 미국인 3명을 송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튿날 회담 날짜와 장소를 ‘6월12일 싱가포르’로 발표하며 화답했다. 곧이어 북한이 지난달 12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몸짓”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회담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미 백악관의 ‘안보사령탑’인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일괄타결 비핵화의 대표적 사례인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면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23일 저녁 담화를 내고 펜스 부통령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내며 정상회담 ‘재검토’를 거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24일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이틀 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수락한 지 77일만으로 한반도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무산되는 듯 보였던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이 대화 의지를 보이면서 또 한 번의 국면 전환을 맞이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25일 담화에서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면서 북측의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확인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북미 회담은 취소 발표 하루 만에 다시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이달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6·12 싱가포르 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