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은행권의 기타대출 잔액은 204조6,000억원으로 3월보다 2조5,000억원 늘었다. 기타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이 주를 이룬다.
5월 기타대출 증가폭은 지난 4월(2조7,00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고 지난해 5월(2조5,000억원)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1~5월 누적치를 보면 기타대출 증가 흐름은 확연하다. 기타대출은 올해 5월까지 총 8조7,000억원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4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2배 늘었다. 올해 기타대출 증가폭은 지금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늘면서 은행이 신용대출 영업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까지 합친 통계도 비슷한 흐름이다. 비은행과 은행을 합친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은 올해 들어 4월까지 8조8,000억원 늘었다. 작년 같은 기간(6조원)보다 3조원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기타대출은 연체율 증가 등 부실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은행권 기타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0.38%에서 올해 3월 0.4%로 소폭 올랐다. 저축은행 기타대출 역시 같은 기간 6.1%에서 6.7%로, 상호금융조합은 0.74%에서 0.85%로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 관계자는 “예년보다 기타대출 증가 속도가 빠른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대출 규제 강화가 본격화하면 증가 흐름이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0월 새로운 대출 규제인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은행권에 공식 도입할 예정이다. DSR은 대출 심사 때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합친 빚 상환 능력을 고려하는 제도다.
기업대출 부분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가 눈에 띈다. 지난달 말 은행의 개입사업자 대출은 2조1,000억원 증가한 300조2,000억원이었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3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1~5월 개입사업자 대출 증가액은 11조3,000억원으로 2008년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은행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대출 영업을 늘리는 추세인 데다 자영업자들이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사업자 명의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