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는 나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취재 현장이었다. ‘세기의 담판’ 현장을 전 세계에 타전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몰려든 3,000여명의 외신 기자들은 두 정상이 싱가포르에 입성하는 순간부터 두 정상이 출국하는 순간까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치열한 취재 경쟁을 벌였다.
취재진은 12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수 시간 전부터 싱가포르 정부가 포뮬러원(F1) 경기장에 마련한 국제미디어센터(IMC)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스위소텔 더 스탬퍼드에 준비한 기자실에 속속 모여들었다. 각각 2,500석과 500석 규모를 갖춘 기자실은 금세 북새통을 이뤘다. 미 백악관은 출입기자단을 위해 JW매리엇호텔에 별도 기자실을 운영했다.
전날 늦게까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깜짝 시내 투어와 북미 간 마지막 실무협상 취재가 이어졌지만 취재진은 피곤함을 뒤로하고 이른 아침부터 앞다퉈 두 정상의 ‘세기의 회담’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동이 트기 전부터 회담장이 있는 센토사섬으로 가는 길목마다 방송국 카메라들이 설치됐고 두 정상이 회담장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외신 기자들이 두 정상이 묶고 있는 호텔 앞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싱가포르 현지 날씨는 섭씨 30도가 넘는 기온에 습도가 80%를 넘어 이른 아침에도 기자들은 연신 땀을 닦아내기 바빴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들은 땀을 줄줄 흘리며 길거리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외신들의 모습을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두 정상이 역사적인 악수를 나누기 직전에는 IMC를 가득 메운 수천명의 취재진이 TV 생중계 모니터를 지켜보며 일제히 숨을 죽이기도 했다. 두 정상이 화면에 나타나자 여기저기 탄성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전 세계 취재진이 각국에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하면서 각국의 언어가 IMC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스톱워치로 두 정상의 악수 시간을 재는 기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IMC에는 전 세계 기자들을 위해 수십 종류의 음식이 마련됐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식사를 거르거나 쿠키와 빵이 담긴 상자만 들고 기자실로 올라와 실시간으로 기사를 송고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