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타임워너의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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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난 2000년 1월10일. 뉴욕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대형 호재가 터져 나왔다.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와 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AOL의 전격적인 합병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합병금액만 1,819억달러에 달하는 역대 최대의 인수합병(M&A) 소식으로 주가는 하루 새 40%나 치솟았다. 투자자들에게 대박을 안겨준 미디어·인터넷 공룡의 탄생에는 ‘21세기 최대 이벤트’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양사의 기계적 결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01년 9·11테러가 터지자 경영진은 취재비용에 따른 분담문제를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어야 했다. 때마침 불어닥친 닷컴버블 붕괴로 인해 주주들은 2,000억달러의 주식가치 하락을 겪어야 했고 회계부정까지 겹쳐 투자자들의 민형사 소송에 시달려야 했다. 2002년에는 사상 최대규모인 990억달러의 적자를 면하지 못해 결국 결별하고 말았다. 타임워너와 AOL의 결합에 대해 ‘금세기 최악의 합병’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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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의 역사는 한마디로 합병을 통한 변신의 과정이다. 비록 실패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당대의 잘 나가는 기업들을 사들이며 덩치를 키워 일종의 ‘기업 집합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1972년 영화산업을 모태로 설립된 워너커뮤니케이션즈는 1990년에 타임을 인수합병(M&A)한 뒤 사명을 타임워너로 바꿨다. 그 이후 인터넷 검색기업인 넷스케이프를 사들인 데 이어 1996년에는 뉴스전문채널 CNN을 운영하는 TBS를 사들였다. 몇 해 전에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으로부터 합병제안을 받기도 했으며 애플과 인수문제를 논의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타임워너와 통신업체인 AT&T의 854억달러(약 92조원)짜리 합병이 마침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미국 연방지방법원이 양사의 합병에 반대해온 법무부의 소송에 대해 ‘독점의 증거가 없다’며 타임워너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받고 TV 인터넷서비스의 이용료가 인상될 것이라는 정부 주장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평소 사이가 나쁜 CNN의 매각을 합병조건으로 요구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닐 듯하다. 새롭게 펼쳐질 미디어산업계의 콘텐츠 전쟁에서 누가 최후의 왕좌로 남게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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