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과 인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맞서 ‘석유수입국클럽’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블룸버그통신과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이른바 석유수입국클럽 결성에 관한 논의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산지브 싱 인도석유공사(IOC) 의장이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CNPC) 측과 만나 OPEC의 시장지배력에 대항해 미국산 원유를 더 쉽게 수입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OPEC에 대한 협상력을 높일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OPEC을 상대로 한 공동 협상 가능성과 CNPC가 외국에서 개발한 유전에서 취득한 원유를 IOC가 바로 수입하는 방안 등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중국 상무부는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다르멘드라 프라단 인도 석유장관은 4월 인도에서 열린 국제에너지포럼(IEF)에 참석해 인도와 중국·일본·한국 등이 석유수입국클럽을 결성해 OPEC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자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프라단 장관은 “특히 OPEC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아시안 프리미엄’을 붙여 유럽보다 비싸게 석유를 판매한다”며 “아시아 4대 석유수입국이 뭉쳐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현재 석유 수입은 중국·미국·인도·일본·한국 순으로 많이 하며 지난해 중국과 인도는 세계 석유 소비량의 17%를 차지했다. 아시아 원유 수입국들이 부담하는 아시아 프리미엄은 연간 50억~1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가 석유수입국 조직 설립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도는 2005년 석유수입국 조직을 만들자고 아시아 국가들에 제안한 바 있다. 당시 마니 샹카르 아이야르 인도 석유장관은 주요 석유소비국이 연대해 아시아 국가를 겨냥한 가격차별을 해소하고 합리적인 유가 책정을 요구하자고 촉구했으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무산됐다. 이후 인도는 일본과 에너지 조달에서 손을 잡기 위한 협의에도 나섰지만 이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OPEC 회원국 간 경쟁을 부추기고 공급 다변화를 통해 가격 등락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것이 이들 국가가 별도의 석유수입국 기구를 설립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OPEC 가입국과 비가입국인 러시아 등 산유국의 감산 결정에 한때 세계 최대 산유국이었던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경제제재로 원유 생산에 타격을 받으며 지난달 22일 국제유가는 2014년 이후 최고치로 급등했다. 미 에너지정보청인 EIA는 북해산브렌트유를 지난해 12월 57.2달러로 전망했지만 3월 전망에서 62.1달러, 5월 전망에서는 70.7달러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런던의 인터팍스글로벌에너지 애널리스트 아히셰크 쿠마는 “공급원 다변화는 석유 생산자들 간의 경쟁을 촉발해 인도와 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석유를 조달하는 것은 에너지가 부족한 아시아의 두 나라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