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취임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4개월 만에 ‘매파’ 본색을 드러내며 재닛 옐런 전 의장이 제시했던 긴축 속도를 끌어올렸다. 3월 회의 때까지도 연준은 올해 총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제시했지만 13일(현지시간)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연준이 예고한 하반기 인상 횟수는 기존 한 차례에서 두 차례로 늘어났다. 사실상 3개월마다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는 얘기다. 미국이 강력한 고용과 경제를 앞세워 긴축 속도를 높이자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날 보조를 맞추며 양적완화(QE)를 종료하는 출구전략을 선언했다. 유로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년간 유지해온 경기부양책이 드디어 막을 내린다는 의미다.
이날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75~2.00%로 높이면서 회의 직후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에서는 향후 금리 인상 속도와 관련해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2.38%로 제시했다. 점도표란 FOMC 위원 개개인의 금리 인상 스케줄을 분포도로 정리한 일종의 설문조사로, 연준 수뇌부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연준이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 기준)를 2.38%로 0.25%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은 하반기에 금리를 두 차례 올리겠다는 뜻으로, 연준이 처음으로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총 네 차례로 예고한 것이다. 월가는 최근 미국의 경기를 반영해 연준이 올해 네 차례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전망했지만 연준이 생각보다 일찍 예고하자 이날 회의 결과가 “예상보다 매파적(hawkish)”이라며 당혹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9월과 12월을 유력한 시점으로 꼽고 있다.
내년도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기존 전망대로 세 차례를 유지했다. 반면 2020년에는 두 차례에서 한 차례로 인상 횟수가 하향 조정됐다.
연준의 매파적 행보는 대규모 감세와 완전고용 수준에 이른 실업률이 목표치에 미달해온 인플레이션을 본격적으로 자극하면서 경기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연준은 이날 올해 미 경제성장률을 기존 2.7%에서 2.8%로 상향하는 한편 역대급으로 낮은 3.8%의 실업률이 연말이면 3.6%까지 더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도 1.9%에서 2.1%로 높여 잡아 인플레 목표치 달성에 청신호를 밝혔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0.5% 상승해 예상치를 웃돌면서 1년 전에 비해 3.1% 상승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고용과 성장·경제가 모두 강하다”고 자신하며 “금리를 정상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미 가계와 기업이 번영하는 환경을 유지하는 데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이 발표한 통화정책 성명에서도 경제에 소극적 기류를 반영하는 문구가 삭제되고 통화정책 ‘조정(adjustments)’이라는 표현을 ‘인상(increases)’으로 바꿨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더욱 확실히 한 셈이다.
최근 신흥국에서의 자금유출로 외환시장이 요동치면서 대외적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매파 색채를 선명히 드러냄에 따라 등 각국 중앙은행들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이날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자산매입 규모를 월 150억유로로 줄인 뒤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사상 최저금리가 적어도 내년 여름까지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디플레이션 위험이 사라졌다”며 “미래 금리 결정은 지표와 물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날 ECB는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하향 조정하면서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1.4%에서 1.7%로 높였다.
일본의 경우 유럽보다 경기 회복이 부진해 일본은행(BOJ)이 1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긴축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완화 정책을 둘러싼 고민은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