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천재를 지휘하려면…투명인간이 돼라

'아인슈타인의 보스'

■로버트 흐로마스·크리스토퍼 흐로마스 지음, 더난출판 펴냄

에이브러햄 플렉스너(위쪽), 왼쪽부터 쿠르트 괴델, 헤르만 바일, 오즈월드 베블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이브러햄 플렉스너(위쪽), 왼쪽부터 쿠르트 괴델, 헤르만 바일, 오즈월드 베블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똑똑한 부하직원이나 후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위기의식을 느끼는가?”

이 질문에 속으로 조용히 ‘그렇다’고 대답하는 모든 이들에게 ‘아인슈타인의 보스’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역사상 최고의 천재들로 ‘드림팀’을 꾸린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창립자 에이브러햄 플렉스너가 어떻게 천재들을 리드해 20세기 과학 발전에 기여했는지 그리고 노벨상, 필즈상, 맥아더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세계적인 기초과학연구소로 도약했는지를 고스란히 전해주기 때문이다. 또 책은 천재가 아닌 사람이 천재를 이끄는 데 더 적격이고 주장해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천재들의 ‘훌륭한 보스’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건네준다.


아인슈타인 같은 부하가 수십 명이나 된다면 그 보스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프린스턴 고등硏 창립자 플렉스너

통솔하지 않으며 원하는것 제공

천재들 특징 파악해 능력 극대화

아인슈타인·괴델·바일 등 길러내




그러나 플렉스너는 천재들의 특징을 파악해 그들의 능력 이상을 이끌어 냈다. 우선 천재들은 관리되거나 통솔되지 않으며 이들에게 일반적인 리더십 원칙은 통용되지 않는다. 또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넘치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해내는 등 독창적이지만 공통의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지시를 따르며 보조를 맞추는 일에는 서툴다. 이 때문에 천재들을 통솔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리더십 개념은 포기해야 하며, 천재들의 리더는 투명인간이 돼 천재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되 그 과정에서 해법이나 방향을 지시하는 것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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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천재들은 몽상하기를 좋아하는 데 이것이 놀라운 연구 성과를 내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그들이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듯해도 그냥 내버려 둘 것을 권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아인슈타인은 몽상에 중독된 사람으로 스위스 특허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도 자주 몽상에 잠겼는데, 이때 놀랍게도 특수상대성이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지시보다 투명인간式 리더십으로

똑똑한 부하직원 다루는 법 제시



구성권 간의 불화 조정능력은 훌륭한 보스의 핵심적인 자질이다. 플렉스너는 바로 이 대목에서 실수를 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을 매우 강압적인 성격을 가진 오즈월드 베블런이 수장으로 있는 수학부에 배치했다. 베블런은 아인슈타인을 제외한 모든 부원을 직접 뽑을 정도로 조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필요 이상으로 드러내는 인물인데다 아인슈타인의 명성을 질투했다. 베블런은 이 때문에 아인슈타인의 조수 발터 마이어에게 다른 직책을 줘 조수 일을 그만두게 하는 등 ‘사내정치’를 통해 아인슈타인을 ‘왕따’로 만들었다. 심지어 아인슈타인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음에도 플렉스너는 이를 방관했다. 그 탓에 당시 아인슈타인이 연구하던 중력과 전자기력의 통합 문제는 여전히 미제로 남았다. 마이어 등이 베블런의 방해를 받지 않고 아인슈타인과 연구를 계속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라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베블런은 아인슈타인에 대한 질투와 집착으로 괴로웠고, 아인슈타인은 조수를 잃고, 통일장 이론은 오늘날까지도 미해결로 남아 모두가 패배자가 된 결과를 만들어냈다.

책은 이 외에도 ‘직선적 사고가 아닌 병렬적 사고를 하는가’ ‘한 가지 이상의 영역에서 전문가인가’ ‘문제에 무아지경으로 빠져들 수 있는가’ ‘생산성인 높은가’ ‘자신의 일을 정교하게 해낼 수 있는가’ 등 천재성을 측정하는 여섯 가지 질문 등 ‘현직 보스’에게 유용한 인재 감별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1만6,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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