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3억 대출자 상환부담 연간 48만원 더 늘어...당국 "인상자제" 압박

[이달 주담대 금리 5% 돌파 임박]

코픽스 0.03%P↑ 9개월째 상승

이주열 총재 내주 은행장 회동

금리인상 가계 빚 여파 긴급점검

1615A11 KB국민은행 주담대 금리 추이



#KB국민은행에서 신규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 변동금리로 3억원의 주택담보대출(대출기간 15년, 거치기간 없음, 원리금 균등 상환)을 받은 경우 금리 상승에 따라 매달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4만원 늘게 된다. 연간으로는 48만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 것이다. KB국민은행의 자문을 받아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지난해 6월에는 4.30% 금리로 매달 226만4,434원을 냈는데 올해 6월18일 기준으로는 4.56%로 금리가 0.26%포인트 올라갔고 매달 상환금액은 230만4,189원이 됐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인 코픽스가 상승해 다음주부터 주담대 금리가 또 오른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시중금리가 상승해 대출자들의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 부담 해소를 위해 당국의 행보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잔액 기준 코픽스는 1.83%로 전달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거론됐던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째 상승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지난해 6월 1.58%였던 것이 0.25%포인트나 올랐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도 1.82%로 0.03%포인트 높아졌다. 올 4월에는 전월 대비 0.03%포인트 하락했지만 한 달 만에 반등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수신 상품의 금리를 가중 평균한 값이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 상품 금리 변동을 반영해 오르거나 내린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변동대출 금리도 일제히 오르게 됐다. 은행들은 신규 코픽스 및 잔액 코픽스 변동금리가 공시된 것을 곧장 반영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신규 코픽스는 11~17일 3.33~4.53%에서 18~24일 3.36~4.56%로, 잔액 코픽스는 3.49~4.69%에서 3.52~4.72%로 0.03%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최고금리 기준 신규 코픽스는 4.49%에서 4.52%, 잔액 코픽스는 4.45%에서 4.48%로 0.03%포인트 올랐다. 올 4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행 잔액 기준)에서 고정금리 비중은 31.7%에 그칠 정도로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 올리고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국내 금리 인상 폭도 가팔라질 수 있어 차주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 금리 상승 영향으로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이에 연동한 국내 시장금리가 올라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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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채 5년물을 반영하는 혼합형(고정) 금리의 경우 국채금리 상승에 따라 이달 내 최고 5%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오는 18일 은행연합회 이사회 직후 은행장들과 만찬을 갖고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금리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도 무작정 금리를 동결할 수 없는 만큼 금리 인상 시 뒤따르는 파장 등에 대해 모니터링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 총재는 14일 출근길에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우려할 정도로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에 대해서는 강조했다.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정부의 규제 이후 주담대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자영업자 대출 등 1·4분기 기타 대출 잔액이 400조원을 넘어서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풍선효과로 늘어난 대출은 상대적으로 한계차주 등이 빌렸을 가능성이 크고 금리 인상 시기에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 당국이 민감해할 수밖에 없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체계가 문제가 있다며 과도한 금리 인상을 자제하도록 압박했다. 금융당국은 14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어 국내 금융회사들이 과도한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을 감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각각 올 4월 가산금리를 0.15%포인트와 0.16%포인트를 낮춰 심리적 저지선인 5% 밑으로 끌어내렸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를 못 올리는 것은 국내 가계부채 문제 때문인 것 같다”며 “하반기에 미국이 한 번 더 인상한다면 한은도 올릴 수밖에 없을 텐데 그렇게 되면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하고 내년에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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