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애매한 절충안에 대법관 전원 "의혹 근거없다" 강력 반발

김명수 "재판거래 수사 협조"

미공개 문건 제공·자료 영구보존 등

일반 법관 의견보다 한발 더 나아가

대법관들 "특정인 의도 따른 판결

합의재판 구조상 불가능해"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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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1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김명수 대법원장이 1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15일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 협조’라는 절충안을 꺼냈지만 법원 안팎의 논란은 여전히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법관 등 고위 법관들이 “재판거래 의혹은 있을 수 없다”며 즉각 반발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사법부 내 갈등은 더 고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르는 수사는 사법부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김 대법원장의 수사 협조 결정이 법관들의 의견을 넘어선 것인 만큼 이를 둘러싼 법원 내 잡음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선 각급 법관 회의에서 ‘재판거래’ 의혹의 직접 당사자인 대법관들을 비롯해 법원장, 고등법원 부장판사, 일선 판사들이 일제히 검찰 고발은 물론 수사 협조 선언조차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수사 필요성’만 언급한 채 수사 협조에 관한 내용을 결의안에서 제외했다.

실제로 법원 최고위 법관인 대법관 13명은 김 대법원장 담화문 발표 직후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대등한 지위로 합의에 참여하는 대법원 재판에서 그 누구도 특정 사건에 관해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선고되도록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박했다. 이들 대법관은 또 “대법원 판결에 마치 어떠한 의혹이라도 있는 양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해당 사건들에 관여했던 대법관들을 포함한 모두가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는 데 견해를 함께 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뿐 아니라 특별조사단의 미공개 문건까지 수사기관에 넘기고 조사자료를 영구 보존하기로 한 것도 일반 법관들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결정이었다. 법원행정처는 여전히 410개 미공개 파일 제출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관대표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만약 김 대법원장 의지대로 자료가 영구 보존될 경우 이는 검찰뿐 아니라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에도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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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법원장의 애매한 결단은 고위 법관들과의 갈등뿐 아니라 그동안 검찰 고발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시민단체와 일부 변호사단체, 소장파 판사들의 비판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자칫 수사 결과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경우 사법부는 다시 한번 소용돌이 속에 빠지고 김 대법원장은 사면초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각종 단체는 검찰 고발을 포기한 김 대법원장의 결정에 잇따라 실망한 목소리를 냈다. 김 대법원장이 고발이나 수사 의뢰 등 더 강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퇴근길에 “내 결정에 대해 여러 다른 의견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사법행정을 총책임 맡고 있는 나와 재판을 맡고 있는 대법관들 사이에 걱정을 표현하는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의혹을 얼른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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