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성북구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내 ‘치매DTC융합연구단’의 실험동물실. 들어서자마자 특유의 쾌쾌한 쥐냄새가 여간 고약한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한 연구원은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이 나타나게 유전자를 변형한 쥐들을 플라스틱 상자에 층층히 담고 있었다. 그 옆 공간에서는 불을 끈 채 약물을 투여한 쥐와 정상 쥐의 행동을 비교 연구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로 찍고 있었다.
다른 실험실에서는 과일이나 음식이 오래되면 어김없이 꼬이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진행 중이었다. 초파리가 2~3㎜로 좁쌀만하지만 유전자가 사람의 절반인 1만3,000개나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실험실에서는 물고기(제브라피시)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인간과 유전자가 가장 유사한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치매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KIT)의 전북 정읍 연구동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실에는 연구원들이 신약 후보물질을 합성하기 위한 실험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KIST는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한 로봇인 ‘마이 봄(My Bom)’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
박기덕 KIST 책임연구원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치매환자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원숭이는 물론 생애주기가 짧은 쥐나 초파리, 제브라피시를 대상으로 유전자를 조작해 치매에 걸리도록 해 원인을 규명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IST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동아에스티 등으로 구성된 치매DTC융합연구단은 지난 2015년 말 출범 후 치매 진단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합동연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근원적인 치매 치료약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신경전달물질 증가를 통한 일시적 인지기능 개선에 그칠 뿐이다. 그나마 화이자의 ‘아리셉트’와 노바티스의 ‘엑셀론’ 등 5종 정도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연구단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막는 물질을 찾던 기존 접근법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을 달리해 ‘타우 단백질’이나 ‘교세포 반응성 조절’ 등을 통한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애님 연구단장은 “연구단은 타우기반 치매치료제와 반응성 교세포 조절 치매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이미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신약 후보 물질 4종을 확보해 이중 전임상 성공 확률이 높은 물질을 연말까지 정해 내년부터 전임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단은 치매 환자의 동공 움직임이나 걸음걸이, 뇌파 등이 다른 점에 착안해 가상현실(VR)과 아이트래커(시선추적장치)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치매 조기 진단법도 2021년까지 내놓기로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