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취준생이 꿈꾸는 연봉 테이블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청년 취업난이 단군 이래 최악이다. 그래서 요즘 ‘입퇴양난(入退兩亂)’이라는 말도 나돈다. 청년 고용절벽과 청년 퇴사 희망자가 함께 늘어 ‘입사도 퇴사도 난리’라는 뜻의 신조어다. 물론 퇴사 희망자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훨씬 많다.

근무환경이나 비전보다 중소기업 신입직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대기업과의 연봉 격차다. 청년 퇴직자까지 취업 전선에 투입돼 ‘현역’ 취업준비생들과 겨루는 탓에 대기업이나 공무원 취업성공률은 더욱 떨어진다. 취준생 70만명 중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이 될 확률은 넉넉히 잡아도 5~6%다. 중소기업 기피 현상에 취업 재수·삼수생, 돌아온 취준생까지 안정된 직장이라는 꿈에 매달리면서 일자리 미스매칭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문제는 원인을 알면서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데 있다. 임금 격차를 줄이려면 중소기업의 임금이 상승해야 하지만 한계가 있다. 우리에게만 있는 간극은 아니다. 20여년의 기나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한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구인난을 겪으면서도 임금 인상에 인색하다. 아베 신조 정권은 법인세를 깎아주면서 줄곧 기업들에 노골적으로 임금을 올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가 공언했던 물가상승률 목표 2% 달성을 아베노믹스 6년 차에 접는 듯 보인다. 일자리가 아베노믹스 덕분에 늘었다고 하지만 실상 단카이 세대가 은퇴한 빈자리의 상당수를 메운 것은 비정규직이다. 절약정신이 투철한 디플레이션 세대는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조차 하지 않는다. 도시락을 챙겨 출근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싸게 파는 대신 술·음식을 서서 먹는 ‘다치구이’집들은 여전히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북적거린다. 최근 한국은행은 민간소비 침체를 부여잡고 있는 일본의 임금 상승 부진이 아베노믹스의 낙수효과를 제약하고 소득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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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일자리 증가를 따질 만큼 우리의 형편이 나아졌는지 자문해봐야 하지만 일자리 숫자만 내세우는 우리의 고용정책을 되돌아보는 반면교사로는 충분하다. 임금 상승은커녕 청년의 중소기업 장기 재직을 돕는 청년내일채움공제까지 일부 기업주가 악용하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정부지원금을 제외하고 임금을 주거나 실제로 연봉 인상이 없는 연봉협상용으로 내일채움공제를 활용하는 꼼수까지 부린다. 중소기업 취업 의지를 꺾고 악덕 기업주의 주머니만 채우는 정책자금이 있는지 세심하게 지켜볼 일이다.

기업들이 하반기 공채 시즌을 앞두고 속속 채용 계획들을 내놓고 있다.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는 대기업으로 취준생의 쏠림이 더 심해지고 뉴스의 한쪽 구석처럼 중소기업은 그들의 마음 뒷자리에 내팽개쳐질 것이 분명하다. 임금 상승이 언감생심인 상황에서 튼실하고 정당한 대우를 약속하는 기업의 채용 정보들이 더 많이 전달돼야 한다. 일자리보다 나은 복지는 없다고 하지 않는가. 덧붙이자면 청년들에게 희망이 담긴 연봉 테이블보다 나은 복지는 없다.
hwpark@sedaily.com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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