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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감성·세련된 멜로디…귓가에 맴도는 '그녀 목소리'

볼빨간사춘기·헤이즈·청하 등

'고막여친들' 음원 차트 상위에

직접 작사·작곡도 가능해

대중에 공감대 끌어내며 인기

볼빨간사춘기/사진제공=쇼파르뮤직볼빨간사춘기/사진제공=쇼파르뮤직



연인같이 달달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고막여친’이 신흥 음원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달콤하면서도 매력적인 음색으로 무장한 볼빨간사춘기, 헤이즈, 청하가 그 주인공이다. 예능·드라마·영화에서 젊은 여성 신인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과 다른 풍토다. 이들은 듣기 편하면서도 따라부르고 싶게 만들게 만드는 감성 멜로디가 특징으로 하루가 멀다고 주인공이 바뀌는 치열한 음원차트 경쟁 아래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신곡 ‘여행’으로 돌아온 볼빨간사춘기는 2018년 23주차 가온차트 디지털차트에서 워너원,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별한 방송 활동 없이 이룬 성과라 더 돋보인다. 볼빨간사춘기의 멤버 안지영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행동하는 평화’를 주제로 한 공연에도 참가했다.

헤이즈헤이즈


‘비도 오고 그래서’로 ‘벚꽃 엔딩’에 이은 새로운 우천 ‘연금송(시즌 때마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노래)’을 만들어낸 헤이즈의 기세도 무섭다. 지난해 6월 발표한 이 노래는 비가 올 때마다 음원차트 역주행을 보여주며 발매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멜론 월간 차트 41위를 지키고 있다. 프로젝트 걸그룹 I.O.I의 출신 가수 청하 역시 올해 초 ‘롤러코스터’로 음원차트 상위권에 당당히 위치했다. I.O.I 해체 이후 그룹으로 복귀한 타 멤버들이 생각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룬 성과다.


이들 고막여친의 노래들은 한국 발라드·포크 고유의 정서에 세련된 멜로디가 결합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댄스 음악 위주의 아이돌 음악에 지친 음악 팬들이 가볍게 들을만한 이 가수들의 목소리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음악 평론가 미묘는 “기존의 발라드나 포크는 올드한 느낌이 있는데 이들의 음악은 기존의 음악이 제공했던 감성적인 영역을 달성하면서도 트렌디한 멜로디로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는 “기존 한국 발라드에는 신파적인 코드가 많았는데, 요즈음에는 세련된 멜로디로 무장해 담백하면서도 감성적인 느낌”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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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사진 = MNH엔터테인먼트청하/사진 = MNH엔터테인먼트


‘역주행’도 이들의 특징이다. 볼빨간사춘기의 데뷔곡 ‘우주를 줄게’와 헤이즈의 ‘돌아오지마’·‘비도 오고 그래서’, 청하의 ‘와이 돈트 유 노우’는 발매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에 성공하며 롱런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다져진 인지도는 후속곡을 발매할 때마다 높은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다. 정 평론가는 “소위 ‘고막여친’이라 부르는 가수들의 특징은 퍼포먼스와 후크로 무장된 자극적인 음악에서 벗어나 ‘위로’, ‘치유’ 등 음악의 본질적인 측면에 집중했다”며 “이런 음악들은 자극적인 노래들 사이에서 쉽게 눈에 띄진 않지만, 듣다 보면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차트를 거꾸로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는 이들이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이 있다. 직접 노래를 만드는 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공감 가는 가사로 대중에 호소한다. 아울러 남성에게 이성적으로 어필하기보다는 또래 여성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만큼 남녀 가리지 않고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평도 있다. 정 평론가는 “이들의 팬덤은 기존 아이돌 팬덤과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며 “열광적인 팬덤은 없지만 마치 친구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기존 아이돌 팬덤과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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