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직 대법원장과 현직 대법관을 대상으로 한 사상 초유의 사법부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전현직 최고위 법관들에 대한 소환 조사와 사법부의 심장부를 겨냥한 압수수색 등에서 법원의 협조가 절대적인 만큼 수사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18일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및 법관 사찰 의혹 사건을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에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요성과 부서 간 업무 부담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재판거래, 법관 사찰 의혹에 대해 시민단체 등이 고발한 10여건의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가 맡았다. 하지만 검찰은 공공형사수사부가 삼성 노조 와해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점을 고려해 이번 사건에 집중할 수 있는 특수1부로 다시 배당했다. 특수1부는 ‘수사 1번지’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 가운데서도 특수수사에 특화된 핵심부서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또 특수1부는 부적절한 금품거래 의혹을 받은 이우현·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전담했다. 특히 지난 2016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수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현직 부장판사를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이에 따라 법조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양승태 사법부를 겨냥한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의혹 정황이 담긴 문건들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법원행정처에서 넘겨받아 분석에 착수할 방침이다. 하지만 수사를 바라보는 검찰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 의사를 밝히기는 했으나 현재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법관은 물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 검찰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어서다. 검찰은 이들이 소환 조사를 거부하거나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체포·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영장 발부 여부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별조사단은 물론 대법관들도 “재판거래 의혹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영장 발부를 두고 검찰과 법원이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의혹이 불거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은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요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직 최고위 판사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 등도 이뤄져야 하나 이들은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등의 사유로 조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법부의 수사 협조가 중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라 본격 수사를 앞둔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