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로터리]기업에서 필요한 대학교육

이성용 엑시온 대표·전 베인&컴퍼니 한국대표

이성용 전 베인&컴퍼니 대표



나는 가끔 한국 대학의 요청으로 강단에 선다. 경영 컨설턴트인 필자의 청중 대부분은 경영학 관련 학생들이지만 때때로 과학과 인문학 분야 학생들도 수업에 참여하고는 한다. 강의 주제와 상관없이 수업이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질문은 “대표님 회사는 사람 안 뽑나요, 졸업 후에 제가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다. 교수인 내 친구 중 한 명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국에서 훌륭한 교수의 잣대는 세 가지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그의 학생들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주는 교수, 교실 강의에서 매우 재미있고 학생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교수, 그리고 정부로부터 많은 연구자금을 받는 교수들인데 그중에서 일자리 교수가 소위 ‘킹카’라고 한다.


왜 직업을 구하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뻔한 답은 노동 수요와 공급의 차이이지만 다른 요소는 후보자들 간의 차별화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필자 및 다수 기업 채용담당자들의 흥미로운 관점 하나는 대학에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과목을 가르치지 않고 많은 기업은 대학생들을 채용한 후에 다시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 부조화는 최근에 발생한 일이 아니며 한국의 많은 대학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은 해왔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내가 아는 한 부조화를 해결한 대학은 아직 없고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이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진전 역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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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송도에 있는 인천대를 방문한 것이 나의 이러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새로 부임한 조동성 총장의 지휘 아래 인천대는 교육 변신을 진행 중인데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과정이 혁신적이다. 전체 대학 학점의 3분의2가 기업에 의해 설계되고 개발되는 매트릭스 커리큘럼 개념이 핵심이다. 인천대는 다수의 교수와 학과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소위 ‘카페테리아 플랜’ 형식으로 교육을 플랫폼으로 해 학생들과 기업들을 정렬하고 이어주는 역할을 구상하고 실험하고 있다. 또한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성공적으로 영입해 그들의 산업에 맞는 강좌를 설계하고 학생들에게 선택과목을 공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플랫폼 구축은 대기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병원·벤처·중소기업·다국적기업 등등 우리 사회 전반에 고르게 영향력과 통찰력을 보유한 CEO와 회사를 포괄한다. 이 혁신적인 교과 과정 디자인은 세계 최초로 보이며 최근 교육부에 의해 중요한 변화 성공사례로 각광받고 있다. 필자는 교수들이 학생들을 기업에 마케팅 하는 것에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으로 인천대와 같은 맞춤형 기업 수업을 만드는 것이 아마도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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