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열흘 시간 번 메르켈…'反난민 쓰나미' 막을까

"EU정상회의 결과 보겠다"

기사당, 반난민정책 보류에

EU 정상들과 사전조율 나서

난민 강경한 伊 등 달래기 한계

합의 실패 땐 정치생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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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정책을 놓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충돌했던 연정 파트너 기독사회당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反)난민정책 추진을 보류하기로 하면서 궁지에 몰렸던 메르켈 총리가 일단 열흘의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EU 차원의 공동 난민정책을 만들기 위한 메르켈 총리의 분주한 행보에도 앞길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주 뒤 EU 정상회의에서 결론 도출에 실패할 경우 난민 문제는 물론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생명까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통신에 따르면 기사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이날 당 내부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의 63개 난민정책 가운데 62.5개에 동의한다”며 “EU 국가들과 협상하려는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정 붕괴 가능성까지 나오며 정치적 곤경에 빠졌던 메르켈 총리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기사당은 지난주 EU 내 다른 국가에 망명신청을 한 난민의 입국을 거부하는 정책을 수립하려 했지만 메르켈 총리의 반대로 실패했다. 난민에 우호적인 독일마저 뚫리면 유럽 전역이 반난민 쓰나미에 휩쓸릴 수 있다는 게 메르켈 총리의 생각이다. 기사당이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메르켈 총리는 총리 권한으로 이를 막을 수 있지만 이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과의 대연정 붕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의 정치생명과 직결된다. 연정이 깨지면 메르켈 총리는 의회 과반 지위를 잃어 정치적 기반이 크게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당 입장에서도 대연정 붕괴라는 시나리오에 대한 부담감에 우선 EU 정상회의에서 논의하겠다는 메르켈 총리의 입장을 수용했다는 분석이다.


임시적이지만 내부 문제를 수습하며 파국을 막은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의 전까지 EU 주요 국가 정상들과 만나 EU 내 입장조율을 본격화했다. 그는 이날 반난민 정책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어 이탈리아 달래기에 나섰다. 이탈리아를 돌려세워야 난민 강경파가 득세한 중·동부유럽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아프리카로부터 넘어오는 난민의 지중해 관문 역할을 하는 이탈리아는 최초 입국한 국가에서 난민 지위 신청을 하도록 한 EU의 ‘더블린 조약’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난민구조선인 아쿠아리우스호의 입항을 거절하며 프랑스 등과 충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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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는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로 오는 난민들의 숫자를 줄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탈리아에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는 또 유럽으로 가는 난민 유입 통로인 리비아 등에 망명 신청 처리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날 난민 문제를 두고 국제기구들과 협력하기로 일단 뜻을 모았지만 이탈리아의 강경한 난민정책을 누그러뜨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실제 이탈리아는 난민구조선 입항 거부에 이어 이날 외국인 집시들을 내쫓기 위해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집시들의 현황을 조사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 반난민 행보를 진두지휘하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내무부 차원에서 집시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도록 할 것”이라며 “법적 권리가 없는 외국인 집시들의 경우 다른 나라와의 합의를 거쳐 송환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19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만나 공동 난민정책의 윤곽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두 정상은 난민정책을 포함한 EU 개혁안을 이번 정상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다. 난민정책이 흔들리면 EU 개혁안 처리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 마크롱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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