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신흥국서 돈 빠지는데...'저점 매수의 유혹'에 빠진 개미들

고점 경고·마이너스 수익률에도

베트남펀드 등 유입액 계속 늘어

일부 투자자는 브라질서 돈 빼내

신흥국에 넣는 '폭탄 돌리기' 반복

"당분간 반등 어려워...신중해야"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의 여파로 신흥국에서 자금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신흥국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브라질에서 돈을 빼 다시 베트남 등 신흥국 주식의 저가매수를 노리는 ‘폭탄 돌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 흐름 완화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자칫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1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40개 북미펀드 수익률은 5.99%로 글로벌·친디아 펀드를 제외하면 단일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북미 지역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는 최근 1개월, 3개월, 6개월 매 구간 3~8%의 견조한 수익을 냈다. 북미뿐만 일본 펀드는 최근 3개월 3.20%, 유럽도 4.1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신흥국 펀드의 사정은 정반대다. 20%를 넘어섰던 수익률은 증시 폭락으로 -10% 안팎의 손실을 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세를 보인 베트남 펀드는 최근 3개월간 -10.70%로 원금을 까먹고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도 각각 -24.73%, -6.68%로 손실 규모가 크다. 신흥국 펀드의 저조한 성과는 달러 강세에 따른 증시 하락의 영향이 크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4분기에 선진국 증시는 3.6% 상승했지만 신흥국은 3.9% 하락하는 디커플링을 이어갔다. 특히 남미와 신흥 유럽은 각각 18.53%, 10.82% 하락했다. 글로벌 제조업지수 하락, 성장률 전망 하향과 같은 경기호조 둔화와 더불어 선진국의 통화 정책의 영향이 컸다. 최근 미국은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75~2.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1년여간 유입된 자금은 3,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높아지고 강달러가 이어지면서 신흥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은 급감했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주요2개국(G2) 간 무역전쟁 등 대외변동성이 커졌을 때도 신흥국 전반에 대한 매력도는 낮아지지 않았다”며 “최근 미국 달러가 강세 흐름을 보인 후 아르헨티나·터키 등 취약한 국가가 우선 흔들렸고 모든 신흥국은 아니지만 대내외 이슈가 존재하는 국가가 기존보다 큰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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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신흥국 증시에 대한 경고가 계속됐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 유혹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반부터 고점 논란에 시달렸던 베트남 펀드는 2·4분기에도 약 1,821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연초 이후 유입액은 6,000억원을 넘었다. 북미와 베트남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이 자금유출을 겪고 있는 가운데도 친디아(412억원), 글로벌이머징(154억원),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퍼시픽(386억원) 등 일부 신흥국 펀드에는 단기차익을 노린 자금이 기웃거리고 있다. 증권사들이 일부 신흥국의 펀더멘털과 장기 성장성을 강조하며 여전히 매수 추천을 하고 있는 점도 저점 매수의 이유다. 증권사 간 공식 의견도 엇갈린다. 대신증권은 “신흥국 중 저위험 국가에 해당하는 한국, 중국(MSCI)으로 투자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교보증권은 같은 날 “인도·인도네시아 등 상대적으로 견조한 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확대할 것”을 권했다.

전문가들은 해외투자에 대해 개인의 경우 기관·외국인처럼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자금을 움직이기 어려운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올해 하반기까지는 신흥국 증시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 반등은 과도하게 높은 불안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중장기 위험 노출도가 낮은 국가를 중심으로 증시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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