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에게 퇴원을 강요하고 진료비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충북대병원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청주지법 민사항소1부(성익경 부장판사)는 20일 충북대병원이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A씨를 상대로 낸 ‘퇴거 등 청구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한다”며 “피고 측에 의료계약 해지 및 비용을 모두 청구할 수 없다는 1심 판단에는 법리 오해나 위법이 없는 만큼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2010년 2월 18일 충북대병원에서 유도 분만을 통해 아이를 출산한 뒤 지혈이 되지 않아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뒤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이때부터 그는 중환자실에서 연명 치료를 받았다. A씨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고 A씨 측에게 “1억8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충북대병원은 법원의 판결대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했으나, 얼마 뒤 A씨 측에 의료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로 ‘보존치료’에 그치는 만큼 상급 종합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할 필요가 없고,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적합하다는 이유였다.
A씨 측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충북대병원은 2016년 3월 A씨의 병원 퇴거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의료계약 해지 통보 이후 발생한 진료비 1천9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1심 재판부는 A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의료계약은 민법상 위임 계약으로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 게 원칙이지만, 상급 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의 표준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일반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하다는 주장만으로는 의료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진료비 청구에 대해서도 “의사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탓에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신체 손상을 입었고, 그로 인한 후유증 치유나 악화 방지 치료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병원은 환자에게 어떠한 수술비와 치료비 지급도 청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