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인권위, 국민연금 앞세워 기업 압박] "협력업체 인권까지 챙기라니"...비용 커지고 인권연좌제 우려

각종 사회적 변수까지 고려하면

기금 수익률 악화...결국 국민 피해

2315A21 인권경영주요체크



“연기금 운용은 순수하게 투자 대상 기업의 가치와 장기적 운용계획에 따라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꾸 기금 운용에 변수를 두면 제대로 된 운용이 불가능해요.”

국민연금공단이 향후 기금 투자에 있어 기업의 ‘인권경영 실적’까지 평가 기준으로 고려한다고 전해진 22일 한 국내 대형 연기금의 고위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국민연금이 ‘국민’의 자금을 모아 운영된다는 공적 성격을 악용해 621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기업에 새로운 준조세를 부과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2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연 인권경영포럼에서 박정배 국민연금 기획이사는 “기금을 투자할 때 기업의 인권 관련 정보를 수집해 평가항목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인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투자 대상 기업이 대응방안을 마련해 뒀는지도 고려 대상”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인권위가 공공기관에 시범적용할 ‘체크리스트’는 이미 다른 법적 근거 등으로 규제하고 있는 부분이나 해당 기업이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 대부분이다. 10개 항목 중 △산업안전 보장 △아동·소비자 인권 보호와 같은 내용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소비자보호법 등에서 충분히 다루고 있다. 또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의 경우 협력업체의 인권경영 상황까지 챙겨야 한다는 내용은 해당 기업의 통제영역을 벗어난다. ‘기업 인권 연좌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수백개의 협력사를 대상으로 설문이나 현장방문을 통해 공급업자·자회사 등 주요 협력회사의 인권 보호 실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또 다른 비용의 강요”라고 설명했다.

회사 임직원, 노동조합, 협력업체 공급망과 지역주민·소비자로 구성된 인권경영위원회에 의한 인권경영 실태평가 역시 사측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국민연금을 이용해 기업들을 압박하겠다는 논리는 우려했던 연금사회주의를 점차 현실화하려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에 각종 외부변수를 고려하게 되면 결국 기금 수익성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스튜어드십 강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독립적 운용을 하지 못하면 결국 손해는 연금을 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강도원·신다은기자 theone@sedaily.com

강도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