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본격화할 남북 경협에서 중소기업들이 개별 진출보다는 협동조합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사회주의 체제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인 만큼 인식 개선 노력과 함께 북한 내 인허가권이나 소유권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효과적인 대응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조봉현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은 지난 22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2018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정책토론회: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경협 모델 및 참여 방안’에서 “개별적인 북한진출 방식보다 협동조합을 통한 경협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올 가을이나 연말이 지나면 경협 문제가 남북 외에도 중국이나 일본, 미국,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관계에서 핵심 이슈로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며 “남북경협을 한다면 정치적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법제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 위원은 북한의 주요 지하자원과 유통시장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고, 대기업 단위의 북한 진출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중소기업들이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남북경협 참여방식에 대해 “개별적인 북한진출 방식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경협참여가 필요하다”며 “협동조합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고 리스크 분산효과가 뛰어나 개별중소기업이 가진 유동성과 자원부족 등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소기업협동조합의 남북경협 모델로 ‘생산모델’, ‘시장모델’, ‘인력모델’, ‘개발모델’, ‘공유모델’, ‘창업모델’ 등 6가지를 제안했다. 조 위원은 “가장 안정적이고 견고한 6각형의 벌집과 같이 탄탄하고 성공적인 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벌집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생산모델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북한 내에 경제특구를 개설하고 협동화 사업을 추진하는 모델이다. 시장모델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공동사업 제품이 북한의 내수시장은 물론 조달시장에 진출하거나 북한을 거점으로 러시아 등 북방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삼는 방식이다. 또 인력모델은 북한 지역 내 중소기업협동조합 전문인력 양성센터 구축해 북한 주민의 기술능력 향상과 자본주의 기업문화 습득을 추진하고 활용하는 형태다. 개발모델은 북한 내 인프라 개발사업에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골자로 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유휴설비를 북한에 지원하는 공유모델, 북한 내 자생형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설립ㆍ지원하는 창업모델도 제시했다.
주제 발표가 끝난 후 진행된 토론회에서 김상훈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 전환을 꾀할 때 계획 경제는 축소하되 관료형 경제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관료형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인 소유권과 인허가권 등에 대해 통제를 놓지 않을 전망인 만큼 우리는 협동조합 모델을 통해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중심체인 중기중앙회가 공공성과 대표성을 바탕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인허가 당국과 카운터파트너 역할을 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북한이 정상국가가 된다면 중소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중국에서 동남아로, 동남아에서 인도까지 가는 항로를 바꿔 북한으로 정착하는 길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론회에서 앞서 중기중앙회가 진행한 남북경협 의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협동조합 3곳 중 2곳(66.4%)에서 ‘참여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진출희망 지역으로는 응답자의 절반인 50%가 ‘개성’을 지목했다. 이어 30.6%는 ‘평양’을 꼽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프라 잘 갖춰진 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