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 눈]청와대에 끌려다닌 법무부·검찰

조권형 사회부 기자조권형 사회부 기자



“합의문 작성을 저희가 한 게 아니라서요.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습니다”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 합의안을 발표한 지난 22일. 합의문 문구의 구체적 취지와 의미를 물어보려던 기자에게 형사소송법을 담당하는 법무부 형사법제과 관계자는 난색을 표했다. 아직 설명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대검찰청도 마땅한 답변을 못 내놓기는 매한가지였다. 합의안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아 실무에 적용할 때 문제를 일으킬만한 문구에 대해 해석만이 가능하다고 했다. 특히 대검은 발표 직전에 자료를 받았기 때문에 의미를 파악할 시간조차 충분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합의안의 의미 파악에 혼란을 겪은 건 기자만이 아니었다. 일선 검사도 마찬가지였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법무부에서 합의안 발표 직후 배포한 ‘검경 수사권조정 정부안 내용과 의미’라는 설명자료에서 작성자가 적혀있지 않은 것을 두고 “일부러 숨긴 것이냐”는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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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 발표날 빚어진 이 같은 혼란은 검경 수사권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됐던 검찰은 물론이고 합의 당사자 중 하나였던 법무부도 청와대에 끌려만 다닌 게 아니냐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기자는 이날 합의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뿐인 듯한 인상을 받았다.

검경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합의문에 따르면 입법이 완료되기 전에도 현행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취지를 이행하도록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무 일선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합의문이 과연 실효성이 있겠는가. 또 수사와 기소에 대한 권한을 검경에 기계적으로 나누다 보니 정작 시민권익 보호는 간과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아직 늦지 않았다. 합의문 내용을 입법화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청와대에 끌려다닌 법무부와 검찰은 이제라도 국회에 입법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는 동시에 내부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해야 한다. 또한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력을 담보할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buzz@sedaily.com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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