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장악한 블루투스 이어폰, 블랙박스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두 강소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이들 기업은 아직 회사 규모는 작지만 오랜 연구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출시하며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경북 구미 산업단지에 자리한 헥스하이브는 하나의 렌즈모듈로 전방향을 촬영할 수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 ‘피오르360’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중소기업이다. 기존 블랙박스 제품은 전·후방에 카메라 렌즈를 두 대를 설치해도 측면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헥스하이브는 자체 순수기술로 360도 시야각을 확보한 돔렌즈를 개발해 사각 지대가 없는 블랙박스를 내놓았다.
피오르 360은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히든 히트상품’으로도 선정됐다. 특히 헥스하이브가 설계한 렌즈 기술은 독일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어안렌즈 대비 해상력과 왜곡율 측면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조중길 헥스하이브 대표는 “기존 블랙박스에 장착되는 어안렌즈는 시야각이 130도에 불과해 주차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콕 사고를 걸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돔렌즈는 하나의 렌즈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정밀 가공한 6개의 렌즈가 부착돼 있어 감시 기능이 훨씬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피오르 360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미 북유럽 측 바이어와 올해 약 2,000대의 제품 판매 계획을 세웠고 시제품 10대를 납품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전국에 700여개 지점망을 갖춘 차량 용품 판매업체와 판권 협상을 진행 중이다. 조 대표는 “피오르 360에 들어가는 돔렌즈는 순수 자체기술로 만들었기 때문에 해외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헥스하이브는 현재 차량 주변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운전자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주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초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차량 파손이나 도난, 문콕 테러와 같은 사고 발생 시 가해자를 쉽게 찾아 낼 수 있어 힉스하이브 제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구미에 본사를 둔 모비프렌은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당당히 경쟁하는 업체다. 허주원 모비프렌 대표는 ‘애니콜’로 유명했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휴대폰 개발실에서 14년 동안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3년 회사 전신인 GT텔레콤을 설립, 애니콜 개발 협력사로 참여하며 모바일 기술력을 확보했고 2008년부터 휴대폰과 연동하는 블루투스 제품으로 ‘모비프렌’ 브랜드를 정식 론칭했다.
모비프렌은 전체 90명의 정규직 직원 중 약 70%인 68명이 기술개발 인력일 정도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기업이다. 제품 기획에서부터 디자인·소프트웨어·하드웨어 개발, 검증까지 모든 작업을 구미 본사와 서울 사무소에서 진행한다.
모비프렌은 독자개발한 ‘소프트웨어(SW) 음향 튜닝 기술’을 바탕으로 넥밴드와 스포츠 타입의 블루투스 이어폰·헤드폰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국내 블루투스 이어폰 제품 가운데 최초로 애플의 MFi인증(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과 호환되는 주변기기로 공식 인증하는 제도)을 획득하기도 했다.
허주원 대표는 “독일에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헤드폰 브랜드 ‘베어다이나믹’이 우리 회사의 블루투스 기술력과 음질에 감탄해 현재 두 개의 모델을 제조자개발생산(ODM) 형태로 납품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CJ E&M이 국내 총판권을 요청해 2016년부터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 8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모미프렌은 올해는 20% 성장한 1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 대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100~200만원대의 해외 프리미엄 헤드폰 제품과 모비프렌의 10만원대 블루수트 이어폰을 놓고 음질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에서 모비프렌을 선택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10년 이상 블루투스 음향장비라는 한 우물을 파온 만큼 제품 품질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미=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