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文대통령, JP 조문 안 가는 이유는?

JP 은퇴 뒤 정치 시작…개인적 인연 사실상 없어

관례 등 고려해 무궁화장 추서로 예우 갖춰

고(故) 김종필 전 총리가 2015년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부인 박영옥씨 빈소에서 조문 온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대화를 하던 모습/출처=연합뉴스고(故) 김종필 전 총리가 2015년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부인 박영옥씨 빈소에서 조문 온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대화를 하던 모습/출처=연합뉴스




김부겸(오른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한 뒤 유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김부겸(오른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한 뒤 유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조문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김 전 총리와의 인연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과 전례 등을 두루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춘추관 정례 브리핑에서 “준비가 되는대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 전 총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김 장관에게 ‘유족들에게 예우를 갖춰 애도를 표하라’는 뜻을 전했다”며 “대통령 조문은 이것으로 갈음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날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 전 총리의 빈소를 조문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좀 더 많았다.

우선 문 대통령과 고인은 개인적 인연이 거의 없었다. 문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시점이 김 전 총리가 정계 은퇴를 선언한 2004년 4월보다 7∼8년이나 늦어 사실상 정치적으로 이어질 만한 일이 없었다.

또 김 전 총리가 생전에 몇 차례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언사를 썼던 만큼 상대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감정이 썩 좋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전 총리는 지난해 대선 직전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를 만나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을 두고 “문재인 같은 얼굴이 대통령 될 수가 없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총리는 당시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한 데 대해 “김정은이 자기 할아버지라도 되나”라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월에 펴낸 대담 에세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 김 전 총리에 대한 생각을 적었다. 문 대통령은 김 전 총리를 “정말 많은 문제를 가슴에 품고 고뇌하는 제 모습을 정확하게 본 노련하고 노회한 은퇴 정치인”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정치는 흐르는 물과 같다. 고인 물은 흐르지 않고 썩는다”며 “JP는 오래전 고인 물로, 옛 정치인들은 이제 원로 반열에 올라가고 후진에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JP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적었다.

개인적 인연을 차치하고서도 현직 대통령이 전직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는 것은 필수 의례가 아니라는 점도 청와대는 고려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전직 국무총리를 직접 조문한 사례는 1974년 최두선 전 총리가 별세했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과 2011년 박태준 전 총리 별세 때의 이명박 전 대통령, 2013년 남덕우 전 총리 별세 때의 박근혜 전 대통령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재무부 장관으로 발탁된 남 전 총리가 17대 대선 당시 캠프에서 자신을 도운 데 이어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 후원회장을 맡는 등 2대째 인연이 있어 조문에 자연스러운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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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총리가 현대사에서 지니는 상징성 때문에 조문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미 한병도 정무수석이 빈소를 방문한 데다 이런 점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문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는 김 전 총리의 조문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이는 것에 대해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다.

23일 빈소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문 대통령의 직접조문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대통령의 동정에 대해 총리가 함부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으나 오실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애초에 조문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 총리가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의 조문 여부를 총리가 언급한 것이 적절한가를 떠나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총리실에 관련 의견을 전달한 바 있는가’라는 물음에 “없다”고 답했다.

훈장 추서 여부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가 5·16 쿠데타 주역 중 한 명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훈장 추서에 반대하고 있으나 청와대는 전례를 따르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전 총리에 앞서 별세한 이영덕·박태준·남덕우·강영훈 전 총리 중 이 전 총리와 남 전 총리는 별세 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 받았다. 박 전 총리와 강 전 총리는 생전에 무궁화장을 추서 받았다. 박 전 총리는 별세 후 청조근정훈장을 추서 받았으나 강 전 총리는 별세 후 다른 훈장을 추서 받지 않았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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