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한 미국 정부가 대이란 제재를 8월 6일부터 부활하기로 하면서 이란 경제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이란 지하 시장에서 리알화는 달러당 8만1,000 리알로 거래돼 한 달 전(6만2,800 리알)보다 29%나 상승했다. 24일에는 달러 당 9만 리알까지 치솟아 환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달러당 리알화가 올랐다는 것은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폭락했다는 의미다.
미 제재에 대비해 이란 정부는 두 달 반전부터 ‘환란‘에 대비해 달러 대비 리알화의 환율을 1달러에 4만2천 리알로 단일화하고 수출입의 거래를 중앙은행에 사전 신고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또 시내 환전상의 환전 영업을 금지하는 동시에 정부가 지정한 은행에서 여행, 유학생 학비, 해외 병원 수술비 등 합당한 사유를 증명해야만 제한적인 금액 안에서 리알화를 외화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란 경제가 불안해지면 외화가 급격히 유출되는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외화 거래를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국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자 이란 국민은 달러, 유로, 금 등 안전자산을 확보하려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인 정책이 거세지고, 이란 정부 역시 협상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지하 시장의 실거래 환율은 날이 갈수록 올라 불안정성이 커지는 여파 때문이다. 이란은 제조업 기반이 부족해 중간재, 가공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탓에 물가가 환율에 민감하게 변한다. 최근 리알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시중 물가도 빠르게 상승해 서민층을 압박하고 있다. 외화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민심 또한 동요하는 모습이다. 이란은 2012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동시 제재로 리알화의 가치가 한 달 만에 3분의 1로 폭락, 사실상 수출입이 중단되고 물가가 급등하는 경제난을 경험한 적이 있다.
실물 경제에서는 이미 파장이 커지고 있다. 24일 휴대전화를 주로 파는 테헤란 남부 전자 거리의 상인들은 정부의 환율 대책을 요구하면서 가게 문을 닫고 시위를 벌였다. 25일엔 테헤란 대시장(테헤란 바자)의 상인들도 철시하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리알화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급등하면서 물건을 사는 손님이 끊겼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란 정부가 수입 장벽을 높이고, 미국 정부의 대이란 제재가 임박하면서 한국을 포함해 이란에 진출한 외국 기업도 철수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노바크트 이란 정부 대변인은 25일 “경제적인 원인이 아닌 이유로 달러화의 수요가 갑자기 늘어 리알화 가치가 떨어졌다”면서 “이란 국민은 과거에도 이런 상황을 단합해 이겨냈다”고 정부 정책에 협조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