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①세제 통해 양극화 해소한다지만...이념 과도화땐 참여정부 실패 반복

■'종부세 강화' 정부의 고민 5가지는

② 부동산시장 침체 부르는 '교각살우' 범할 가능성

③ 무소득 고가주택 보유자 거센 조세저항 부를수도

④ 임차인 세부담 전가 등 중·저소득층 부담만 가중

⑤ 파급력 큰 공시가격·거래세 개편 이후도 고려해야

대통령 직속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높이는 방안(시나리오 3안)을 정부에 제시할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종합부동산세제 개편안을 두고 세정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무엇보다도 보유세를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만 접근할 경우 참여정부 때처럼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이 급랭해서도 안된다. 세정당국 입장에서는 또 개편 예정인 공시가격과 거래세 등 종합적인 세부담도 따져야 한다. 종부세 개편을 둘러싼 정부의 5가지 고민을 짚어봤다.

①세제 통한 양극화 해소한다지만…과도한 이념화 땐 참여정부 실패 반복


지난 22일 재정특위가 내놓은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부세 개편방향’은 부동산 가격 대비 낮은 세부담을 문제로 들면서 자산 및 소득 양극화 현상을 지적했다. 보유세와 임대소득세가 낮아 부동산을 보유하려는 이들이 많아졌고 이것이 소득양극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공평과세의 취지는 좋지만 불평등 해소라는 이념에 치우치면 임기 내에 해결하려는 조급증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04년 종부세 도입을 결정한 참여정부는 2005년 부동산 가격이 또 오르자 ‘8·31 대책’을 통해 부과 대상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개인별 합산을 세대별 합산으로 강화했다. 그 결과 종부세는 2005년 5,300억원에서 2006년 1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큰 반발을 불러왔다. 세대합산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고 급격한 세부담 증가에 조세저항이 나타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자산 불평등 문제에 집착하다 보면 경제상황과 부동산 경기 등을 다각도로 보지 못하고 종부세를 필요 이상으로 강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②부동산시장 가뜩이나 눈치보는데…과할 땐 교각살우 범할 수도

지난 2004년 7월 당시 이헌재 부총리는 종부세 시행연기를 제기했다. 실무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였지만 더 큰 문제는 부동산 경기였다. 이 전 부총리는 경기가 어려울 때는 있는 사람이 집을 사야 하는데 종부세가 이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봤다.


최근에도 이런 우려가 나온다. 올 초 급등하던 집값은 잡혔지만 거꾸로 지방에서 시작된 주택시장 위축이 수도권으로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보유세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이 겹치면 부동산 시장침체가 가속화 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거래량에 1개월가량 선행하는데 최근 가격변동률 그래프가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는 가계부채에도 영향을 준다. 3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468조원이고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776조원에 달한다. 정부의 보유세 강화가 ‘심리위축→거래량 감소→가격급락’으로 이어지면 주택뿐 아니라 가계부채까지 직격탄을 맞는다. 부동산값 하락은 소비감소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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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공평과세 한다지만…무소득 고가주택 보유자 조세저항 가능성

참여정부 때 종부세가 가장 많이 공격을 받았던 지점 중 하나가 무소득 고가주택 보유자였다. 최승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가의 주택에 거주하지만 소득이 적은 가구가 존재한다”며 “특히 은퇴한 고령층이 그런데 현행 고령자 및 장기보유자 세액공제는 실질 혜택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다양한 대안을 고민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소득이 없는 이들을 위해 현재 최소 500만원으로 돼 있는 분납기준액을 250만원으로 낮추고 2개월 내에 추가 납부하던 것을 6개월로 늘려주기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분납을 하더라도 세금은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④주택소유자 초점 맞췄지만…임차인에 세부담 전가 부작용도

종부세를 올리면 집주인들은 임대료를 올려 임차인에게 세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공평과세를 명목으로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늘리겠다는 종부세 개편안의 취지가 흐려지고 오히려 중저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주택자가 종부세 부담을 피하려 집을 팔면서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다주택자가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세금 감면을 받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의무 임대기간이 길고 임대료 인상률도 연 5%로 제한되는데다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 등 규제가 많아 임대사업자 등록을 꺼리는 게 현실이다. 임대주택 등록율이 25%에 불과한 이유다.

⑤공시가격 및 거래세 개편 이후도 고려해야

정부가 가장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납세자의 최종 세부담이다. 공정가액비율과 세율인상만큼 파급력이 있는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 반영비율 상향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다음달 의견수렴을 거쳐 8월 중 현실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의 최종적인 보유세 개편안에도 향후 공시가격 변동상황이 담겨야 한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65~70% 수준인 실거래가 반영률을 80~90%로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공시가격과 거래세 등 여러 요인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김영필기자 김능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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