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세제 통한 양극화 해소한다지만…과도한 이념화 땐 참여정부 실패 반복
지난 22일 재정특위가 내놓은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부세 개편방향’은 부동산 가격 대비 낮은 세부담을 문제로 들면서 자산 및 소득 양극화 현상을 지적했다. 보유세와 임대소득세가 낮아 부동산을 보유하려는 이들이 많아졌고 이것이 소득양극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공평과세의 취지는 좋지만 불평등 해소라는 이념에 치우치면 임기 내에 해결하려는 조급증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04년 종부세 도입을 결정한 참여정부는 2005년 부동산 가격이 또 오르자 ‘8·31 대책’을 통해 부과 대상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개인별 합산을 세대별 합산으로 강화했다. 그 결과 종부세는 2005년 5,300억원에서 2006년 1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큰 반발을 불러왔다. 세대합산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고 급격한 세부담 증가에 조세저항이 나타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자산 불평등 문제에 집착하다 보면 경제상황과 부동산 경기 등을 다각도로 보지 못하고 종부세를 필요 이상으로 강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②부동산시장 가뜩이나 눈치보는데…과할 땐 교각살우 범할 수도
지난 2004년 7월 당시 이헌재 부총리는 종부세 시행연기를 제기했다. 실무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였지만 더 큰 문제는 부동산 경기였다. 이 전 부총리는 경기가 어려울 때는 있는 사람이 집을 사야 하는데 종부세가 이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봤다.
최근에도 이런 우려가 나온다. 올 초 급등하던 집값은 잡혔지만 거꾸로 지방에서 시작된 주택시장 위축이 수도권으로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보유세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이 겹치면 부동산 시장침체가 가속화 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거래량에 1개월가량 선행하는데 최근 가격변동률 그래프가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는 가계부채에도 영향을 준다. 3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468조원이고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776조원에 달한다. 정부의 보유세 강화가 ‘심리위축→거래량 감소→가격급락’으로 이어지면 주택뿐 아니라 가계부채까지 직격탄을 맞는다. 부동산값 하락은 소비감소도 불러온다.
③공평과세 한다지만…무소득 고가주택 보유자 조세저항 가능성
참여정부 때 종부세가 가장 많이 공격을 받았던 지점 중 하나가 무소득 고가주택 보유자였다. 최승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가의 주택에 거주하지만 소득이 적은 가구가 존재한다”며 “특히 은퇴한 고령층이 그런데 현행 고령자 및 장기보유자 세액공제는 실질 혜택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다양한 대안을 고민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소득이 없는 이들을 위해 현재 최소 500만원으로 돼 있는 분납기준액을 250만원으로 낮추고 2개월 내에 추가 납부하던 것을 6개월로 늘려주기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분납을 하더라도 세금은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④주택소유자 초점 맞췄지만…임차인에 세부담 전가 부작용도
종부세를 올리면 집주인들은 임대료를 올려 임차인에게 세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공평과세를 명목으로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늘리겠다는 종부세 개편안의 취지가 흐려지고 오히려 중저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주택자가 종부세 부담을 피하려 집을 팔면서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다주택자가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세금 감면을 받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의무 임대기간이 길고 임대료 인상률도 연 5%로 제한되는데다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 등 규제가 많아 임대사업자 등록을 꺼리는 게 현실이다. 임대주택 등록율이 25%에 불과한 이유다.
⑤공시가격 및 거래세 개편 이후도 고려해야
정부가 가장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납세자의 최종 세부담이다. 공정가액비율과 세율인상만큼 파급력이 있는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 반영비율 상향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다음달 의견수렴을 거쳐 8월 중 현실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의 최종적인 보유세 개편안에도 향후 공시가격 변동상황이 담겨야 한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65~70% 수준인 실거래가 반영률을 80~90%로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공시가격과 거래세 등 여러 요인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김영필기자 김능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