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41년간 정부 문서 영역 감수 에리자벳씨 '국민훈장 모란장'




“지난 1983년 한국방송공사(KBS)가 진행한 ‘이산가족 찾기 특별 생방송’에서 제가 영역 감수한 내용이 외국인들에게 소개됐을 때 깊은 감명을 받았지요.”

우리 정부 문서의 영역 감수 업무에 41년간 종사한 에리자벳지크랲트(78·사진)씨가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다.


27일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에 따르면 에리자벳씨의 미국 이름은 ‘Elizabeth G Kraft’인데 귀화하면서 ‘에리자벳지크랲트’라는 한글명으로 등록했다. 에리자벳씨는 1960년대 초 미국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방한해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이후 아메리칸대에서 석사·박사 과정을 밟던 중 유학생 이하우씨를 만나 1969년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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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에리자벳씨는 1977년 1월1일 문화공보부 해외공보관에 입사했다. 영역된 자료가 정확한지 원어민의 입장에서 확인하는 감수자 역할이 중요하던 시절이었다. 남편 이씨도 비슷한 시기 문화공보부 홍보조사연구관 및 외보담당관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대통령 공보비서관, 국회의장 비서실장,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에리자벳씨는 41년 6개월간 일하면서 1987년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헌법 제10호)을 비롯해 대통령의 유엔 총회 등 주요 계기 연설문과 외국 정상에게 보내는 친서, 남북 정상회담 발표문, 대국민 담화 발표 등의 주요 국정 현안, 청대와 정부부처 정책 보도자료 등 수많은 자료를 영역 감수했다. 에리자벳씨는 “한국 연설문은 사실적 기술보다 감정적 단어가 많이 사용돼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며 “연설문 내용의 수위 조절, 외국인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 선택 등을 조언해주는 역할도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민 훈장은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것”이라며 “에리자벳씨의 전문적 영역 감수로 국가 이미지와 국격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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