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부처 利己·이해집단·국회에 막혀...모든 규제개혁 1년째 공전

원격의료·공유경제 등 기득권세력 반발로 한걸음도 못나가

시장 살릴 서발법·규제프리존법 등 국회문턱 못넘고 먼지만

총리실-기재부 기싸움에 실무부처가 규제개혁 제동 걸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열린 혁신성장보고대회에서 “경쟁국은 뛰고 있는데 우리는 걸어가는 느낌”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했다. 손에 잡히는 성과물을 내달라는 질책이었다. 이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27일 ‘제2차 규제혁신점검회의’에 올라온 규제개혁 성과는 참담했다. 국무총리가 나서서 대통령 주재 회의를 공식 취소하면서 관료사회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을 정도다.

지금까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팀은 규제완화를 강조해왔다. 김 경제부총리는 “대표적인 규제 20~30개를 선정해 이게 왜 안 되는지, 변화가 있을 때 기득권의 손해를 어느 정도 보상할 수 있을지 등을 이해당사자·국민과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왜 그럴까. 정부 안팎에서는 △이해집단의 기득권 △국회에서의 법 통과 문제 △부처 이기주의를 핵심 요소로 꼽는다. 원격의료만 해도 대한의사협회 같은 이해집단의 반발로 논의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도 마찬가지다. 약 30만명에 달하는 전국 택시 종사자들의 기득권 주장에 서비스 도입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스마트팜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대규모 농업사업도 농민단체의 일방적인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원격의료나 우버처럼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규제완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해집단의 반발에 이뤄지는 게 없다”며 “과도한 기득권은 국민 편의나 일자리와는 관계없는 그들만의 밥그릇 지키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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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통과 가능성도 문제다. 핵심규제 완화의 대부분은 법 개정 사항이다. 당장 서비스산업발전법이나 규제프리존법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 정부 부처에서 규제개혁 방안을 만들어도 법 통과가 되지 않으면 시행이 불가능하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제완화안을 내놓아봐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의 질타만 받을 뿐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원격의료나 영리병원 도입,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보호 관련법 등도 법 개정이 전제조건이다.

또 하나의 산은 부처 이기주의다. 업계나 관련 단체에 둘러싸인 실무부처가 규제개혁에 브레이크를 거는 사례가 많다. 보건복지부는 의협의 입장을 반영해 원격의료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원격의료를 확대하더라도 그 주체는 기재부가 아닌 복지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의 부담으로 수소차 충전시설을 늘리는 방안에 소극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민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고 국토교통부 역시 운수업체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이는 부처 간 기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규제 관련 총괄은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경제 관련 규제는 기재부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총리실과 기재부의 규제완화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기재부는 우버나 에어비앤비·원격의료처럼 해외에서는 되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안 되는 규제에 대한 개선책을 오는 9월 말까지 내놓기로 했다. 여기에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는 규제완화에서 자신들이 소외돼 있다는 입장이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규제완화 시 공정위의 역할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총리실의 경쟁자가 기재부가 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세종=김영필·임진혁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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