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美 SBIR처럼 연속성 있는 바이오 투자 정책 필요”

일루미나·암젠·바이오젠도 미국 SBIR 지원 받아

기술 혁신력 있으면 조건 없이 자금 지원 프로그램

조성환 나노셀렉트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서울 강남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미국의 중소기업 혁신 연구 프로그램(SBIR)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스타트업얼라이언스조성환 나노셀렉트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서울 강남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미국의 중소기업 혁신 연구 프로그램(SBIR)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스타트업얼라이언스



“미국은 중소기업 혁신 연구 프로그램(SBIR)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도입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길게 보고 연속성을 키울 수 있는 창업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전 세계 1위 유전체 분석 장비 업체인 일루미나, 미국 바이오 제약사 빅 4로 손꼽히는 암젠과 바이오젠. 이들 기업은 모두 창업 초기 미국 정부의 SBIR에 선정돼 시드머니(Seed money)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기술적 혁신을 이룰 가능성이 큰 기업이 창업 초기 민간에서 투자를 받기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서 자금 지원을 해준 덕분에 지금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SBIR 투자를 받아 중견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조성환 나노셀렉트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서울 강남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2010년 창업 당시 투자를 받기 위해 많은 투자자들을 만났지만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며 투자처를 찾기 어려웠다”며 “SBIR에 선정되면서 시드머니가 돼 시제품을 만들고 상용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CTO가 창업한 나노셀렉트는 전자레인지 크기의 세포 분류기를 개발하는 회사다. 기존 세포 분류기는 양문형 냉장고 크기에 3억~5억원으로 비싸 10개 이상 실험실이 공동으로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세포 샘플 이동 및 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나노셀렉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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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시제품 개발, 비즈니스 경험 등이 없어 선뜻 투자하겠다는 벤처캐피탈(VC)을 찾을 수 없었다. 민간에서 모두 주저할 때 기술력, 혁신성을 보고 자금을 대준 게 바로 미국의 SBIR이다.

조 CTO는 “과학적으로 뛰어나거나 기술적 혁신이 있으면 연구에서 끝나지 않고 기술이 상업화할 수 있도록 마중물 부어주는 프로그램”이라며 “실제로 선정된 기업의 4분의 3가량이 스타트업”이라고 설명했다.

SBIR은 1972년 미국과학재단(NSF)의 프로그램 책임자였던 로란드 티베츠(Roland Tibbetts)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민간 영역에서 투자받기 어려운 고위험 고수익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항공우주국(NASA), NSF 등 부처별 연구·개발(R&D) 예산의 일정 부분을 SBIR로 배정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책을 제안한 티베츠가 24년간 SBIR을 담당하며 정책 유지에 힘썼다. 법으로 예산 구속력을 주고 책임자가 장기간 운영한 점이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정책이 유지된 비결이다. 조 CTO는 “특별한 조건 없이 기술력, 아이디어만 있으면 지원해주는 프로그램 덕분에 샌디에이고에서 생명과학 기반의 스타트업이 많이 세워지는 것”이라면서 “한국도 연속성 있는 창업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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