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보수로 기운 美 대법원..."이슬람 국민 입국금지 정당"

"이민정책은 대통령 법적 권한"

연방대법원 연방정부 손 들어줘

고서치 임명 후 보수색채 강해져

향후 트럼프 정책에 힘 실릴 듯

반이민 행정명령 분쟁은 끝났지만

이민자 가족격리 등 난제 첩첩산중

美 17개주, 트럼프 행정부에 소송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연방법원 앞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 반대시위에 참석한 터키계 미국인 여성이 울음을 터뜨린 네 살짜리 아들을 끌어안으며 달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연방법원 앞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 반대시위에 참석한 터키계 미국인 여성이 울음을 터뜨린 네 살짜리 아들을 끌어안으며 달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2815A11 반이민


미국 연방대법원이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연방정부와 하와이주 정부 간 법적 분쟁에서 연방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닐 고서치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우향우’한 연방대법원의 이념지형을 반영한 것으로 미국 헌법의 마지막 수호자인 연방대법원이 앞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큰 정책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연방대법원은 26일(현지시간) 하와이주 정부가 이슬람 5개국 출신자들의 입국을 금지한 행정명령이 종교적 차별을 금지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관 9명 중 5명이 행정명령은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나머지 4명은 위헌이라고 봤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을 반영한 판결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분야에서 국가안보를 고려할 수 있는 충분한 법적 권한을 가졌다”며 “행정명령은 국가안보 측면에서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트위터나 공개석상에서 반이슬람 발언을 쏟아냈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연방대법원 판결은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첫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1년5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주일 만에 이라크·이란·수단·소말리아·리비아·예멘·시리아 등 이슬람 7개국 국적자의 입국을 90일간 금지하고 시리아 난민의 입국을 무기한 저지하는 1차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일부 연방지방법원이 반이민 행정명령에 위헌요소가 있다며 효력을 금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마다 대상국을 바꿔가며 행정명령을 손질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3차 반이민 행정명령을 두고 나온 것이다. 3차 행정명령에서는 이란·예멘·리비아·소말리아·시리아·차드 등 이슬람 6개국과 북한·베네수엘라 등 총 8개국 출신자들의 입국을 제한했으나 올 4월 차드가 제외되면서 7개국으로 줄었다. 반이민 행정명령이 단지 이슬람에 대한 반감 차원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차드를 뺀 것이다. 하와이주는 이슬람 5개국 출신자들의 입국금지에 대해서만 위헌소송을 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보수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대법원의 이념구도가 반영된 것으로 어느 정도 예고된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고서치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대법관 9명 중 5명이 보수 성향 인사로 채워졌다. 미 언론들은 진보와 보수 간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 대법원의 이 같은 구도가 보수 어젠다를 강행하는 트럼프 정부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다. CNN방송은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폭 넓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해 “대법원이 트럼프의 입국 금지를 인정했다. 와우(Wow)!”라고 환호하는가 하면 별도 성명에서 “대법원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수호할 대통령의 분명한 권한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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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논란과 관련해서도 연방대법원은 ‘낙태 반대’를 주장하는 보수진영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연방대법원은 낙태 반대기관을 방문한 임신부들에게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안내하도록 한 캘리포니아주법의 시행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해온 보수 기독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또 연방 대법원은 “공공노조 비조합원에 대한 조합비 강제징수는 부당하다”며 공공노조의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무원노조 등은 비조합원에 대해 조합비를 징수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판결역시 ‘보수 우위’로 되돌아간 연방대법원의 이념지형을 반영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이번 판결로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 싸움은 일단락됐지만 이민자 가족 격리정책에 대한 위헌소송까지 제기되면서 반이민 정책 논란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17개 주와 워싱턴DC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가족 격리정책에 대해 위헌소송을 냈다. 소송을 주도한 캘리포니아주의 하비에르 베세라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무자비한 정치적 술책”이라며 “자녀와 떨어진 부모의 인권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관심은 끔찍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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