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경제신문이 확인한 결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사용하던 하드디스크 자료는 완전 소거 전까지 전혀 백업되지 않았다. 하드디스크 실물만 법원행정처에 남아 있고 이 역시 폐기 절차를 눈앞에 뒀다.
더 큰 문제는 지난 26일 법원행정처가 하드디스크 완전 소거의 기준으로 든 ‘전산장비운영관리지침’과 ‘재산관리관 및 물품관리관 등의 지정에 관한 규칙’이 오히려 사법부가 상위법령인 공공기록물법 등을 위반한 근거로 지적된다는 점이다. 지침상으로는 ‘사용불능 상태가 되거나 훼손·마모된 경우’ ‘기간 경과 등으로 수리할 수 없는 경우’에만 전산장비를 불용품 처리해야 한다고 돼 있다. ‘대법관 이상 퇴임자가 사용하던 PC를 완전 소거해야 한다’는 내용은 법원 어느 규정에도 없다. 전산장비운영관리지침 제27조에도 ‘사용할 필요가 없거나 사용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 전산장비를 반납하라고 돼 있지 폐기하라고 주문하지는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컴퓨터 자료 삭제는 대법원장실 지시로 실행됐으나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지시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강제수사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검찰은 당장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대신 앞서 요청한 자료를 추가로 임의제출하도록 한 번 더 법원을 설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