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스타트업의 처절한 호소 "신기술 지원 오락가락…우리기업 다 망한 뒤 제도 고칠건가"

[규제혁신 하세월…불 꺼지는 성장동력]

드론·승차공유·핀테크·의료로봇 등

신사업 추진땐 속도가 생명인데

촘촘한 규제 탓…사업 환경 악화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8 국민경제 국제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재부가 개최한 혁신성장본부 워크숍에 깜짝 등장해 혁신성장을 위한 현장 방문을 독려하며 “직원들이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8 국민경제 국제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재부가 개최한 혁신성장본부 워크숍에 깜짝 등장해 혁신성장을 위한 현장 방문을 독려하며 “직원들이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의료용 로봇 기업인 A사는 지난 2014년 보행 재활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 막혀 판매에 고전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재활을 돕는 로봇은 현재까지 병원 7곳에 판매된 게 전부다. 보행 재활로봇이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기존 급여 수가를 적용받았다. 병원 입장에서 낮은 수가에 수억원의 로봇을 살 이유가 없다. 로봇을 구입한 병원도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신기술 활성화를 위한 국책 연구과제로 지원받아 겨우 판매가 성사됐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기존 재활치료사가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의료기기 허가는 통과했으나 신의료기술 평가는 받지 못했다”며 “한쪽에서는 신기술이라며 지원하고 다른 쪽에서는 신의료기술로 인정하지 않는 엇박자 정책에 답답하다”고 언급했다.

27일 열릴 예정이던 제2차 규제개혁점검회의가 정부 부처들의 준비내용 미흡으로 연기되자 스타트업·벤처 업계에서는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산업 분야는 속도가 경쟁력이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사업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무사안일’을 다시금 확인했기 때문이다. 더딘 규제개혁으로 인해 경쟁력 약화는 물론 산업생태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업종이 한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승차공유 분야다. ‘한국판 우버’로 주목받던 승차공유 스타트업 ‘풀러스’는 아침·저녁에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카풀 서비스를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통해 확대했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최근 김태호 풀러스 대표의 사임과 직원 70% 구조조정 사태에 처하게 됐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해외 스타트업들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데 동일한 서비스업을 하는 국내 기업은 경영이 어려워지고 사업을 제한적으로밖에 펼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다 망한 뒤에 제도를 개선하면 해외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관련기사



드론 산업도 육성 정책과 규제가 서로 충돌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정부는 드론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키우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촘촘한 규제 탓에 사업을 마음껏 넓히지 못한다며 아우성이다. 산업용 드론 개발업체 D사의 대표는 “드론의 성능을 높이려면 수천 회의 시험비행을 거쳐 데이터 축적하고 분석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항공안전법에 걸려 시도조차 할 수 없다”며 “미국·중국 등 드론 선진국에 비해 아직 기술 수준이 뒤처진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세계 5위권 드론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의료기기와 바이오·제약 분야도 포지티브식 규제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 시장의 경우 국내는 12개 카테고리에 48개 항목만이 검사 대상이지만 미국은 검사 대상에 제한이 없다. 미국은 모든 대상을 허용하되 사후규제 방식을 적용해 기업의 행동반경 제약을 아예 없앴다. 국내 유전자 검사 기업들이 이 같은 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지만 민관 합동 규제완화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만 지속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해 금융권에 혁신을 불어넣는 핀테크 업체들도 턱없이 높은 규제의 벽에 막혀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 계좌 개설이 한 예다. 익명을 요구한 핀테크 업체의 한 대표는 “현재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때 필요한 계좌를 비대면으로 개설하려면 다른 금융기관의 애플리케이션을 거쳐야 하는데 영업시간 외에는 이용이 불가능하다”면서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도 24시간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한데 핀테크 업체만 금융당국의 규제 때문에 고객에게 불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민우·권경원·김지영기자 ingaghi@sedaily.com

성행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