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은행 '금고 출연금 전쟁'에 지자체만 웃는다

서울 25개 구청·인천시금고 등

은행, 수주 위해 출혈 경쟁 예고

"과도한 출연금, 고객에 전가 우려"

2915A10 주요지자체금고현황



시중은행들이 하반기에 서울시 구 금고 및 인천시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과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올 상반기 서울시 금고까지 자리바꿈이 이어지면서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도한 비용을 치른 은행이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마감된 서울 중구청 금고 운영사업자 입찰에 신한·우리·KB국민·NH농협은행 등이 참여했다. 구 금고로 선정된 은행은 오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중구의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을 모두 관리하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서울시 금고 2라운드를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서울 25개 자치구 금고 중 21개의 단수금고 또는 1·2금고를 모두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용산구만 1·2금고를 모두 관리하고 있지만 지난 5월 103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시 1금고지기로 선정된 만큼 구 금고 입찰 과정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관측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간 리턴 매치가 성사된데다 국민·하나·농협 등 다른 은행도 총 16조원 규모에 달하는 서울시 자치구 금고를 두고 공을 들이고 있어 어느 한 은행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시중은행은 조만간 시작하는 10조원 규모의 인천시 금고 입찰에 대한 전략 수립에도 나섰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의 공약이나 성향도 주요 관심 사안으로 파악 중이다. 인천시는 다음달 시 금고 입찰공고를 내고 올 8월 설명회·제안서 접수를 거쳐 9월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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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금고의 경우 신한은행은 수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2008년부터 8조5,000억여원 규모의 인천시 1금고를 맡아왔다. 농협은행은 1조원 안팎 규모의 2금고를 담당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역사회 기회 실적을 앞세우고 농협은행은 국내 유일 토종자금으로 수익을 농민에게 돌려준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하나은행은 청라국제도시에 하나금융타운을 세워 지역사회에 힘을 보탠 점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돼 다크호스로 꼽힌다.

이처럼 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선정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금고에 들어 있는 예금 관련 수익이 늘어나는데다 지자체 공무원 등을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자체의 예산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지자체 금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올해 지자체 금고 선정 일정이 잇따라 이어지고 있어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서울시 금고 선정 당시만 해도 신한은행이 3,015억원의 출연금을 내면서 과도한 비용을 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과도한 출연금을 낸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서민들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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