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20만팩이 팔려나가며 큰 성공을 거둔 유기농 여성 생리대 ‘라엘’이 한국에 상륙한다. ‘안전한 생리대’로 미국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라엘이 국내에서도 성공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라엘의 아네스 안 대표와 원빈나 최고제품책임자(CPO)는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말부터 전국 140개 이마트 매장에 라엘의 유기농 생리대 제품이 입점하게 됐다”며 “눈높이가 높은 한국 여성 소비자들이 직접 우리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고 밝혔다.
라엘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인 여성들이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유기농 생리대·탐폰·미용 제품을 판매한다. 라엘의 여성 유기농 생리대는 출시 첫해인 지난해 미국 아마존에서 20만 팩이 판매되며 유기농 패드 카테고리 판매 1위에 올랐다. 창업 1년 만에 연매출 20억원도 돌파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를 통해서만 라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에 라엘은 지난 4월부터 티몬·네이버 쇼핑과 손 잡고 국내 온라인몰에 입점했다. 이마트 입점은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서 최초다.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모두 확보하며 한국 시장을 본격 공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안 대표는 “한국 여성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제품을 선택할 때 꼼꼼히 따져보는 현명한 소비자”라며 “지난해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이 벌어지면서 한국에서 유기농 생리대 제품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난해 라엘이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시장 진출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인기에 편승해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하는 것보다는 미국에서 좀 더 자리를 잡은 뒤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고 덧붙였다.
라엘은 미국에서 출발했지만 한국기업과 상생하는 스타트업이다. 유기농 생리대의 원료인 순면은 미국 텍사스 농장에서 가져오지만 제품 제조는 한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한다. 라엘의 제품이 많이 팔리면 국내 기업의 매출도 덩달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원 CPO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판매하는 대다수 생리대는 대부분 낙후된 생산공장에서 만들어진다”며 “라엘 제품은 안전하고 깨끗한 친환경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최신 설비와 앞선 방직 기술을 갖춘 공장이 필요했다”며 한국 공장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두 대표는 지금의 생산 공장을 찾기 전까지 6개월 간 미국, 중국, 유럽 등 전 세계 공장을 돌아봤다.
라엘은 현재 네 명의 한인 여성이 경영을 이끌고 있다. 안 대표는 여성 계발서를 집필한 작가로 제품 기획력과 사업 추진력이 강점이다. 미국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한 재원인 원 CPO는 세심하게 제품 디자인과 브랜드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미국 디즈니에서 7년 간 근무하며 스타워즈를 배급한 경력이 있는 백양희 씨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고, 안 대표가 건넨 라엘을 직접 사용하고 반한 고윤미 변호사가 로펌을 그만두고 사업 개발 디렉터로 합류해 법률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안 대표는 “네 명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전문성을 키워왔다”며 “여성을 위한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서로 부족한 점은 채워주고 시너지는 극대화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라엘은 한국 진출을 계기로 중국·일본·동남아시아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라엘의 안정성과 품질력은 아마존에 달린 수많은 후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한국 지사를 거점으로 더 많은 아시아 지역의 여성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