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① 무역전쟁 격화에 돈 빼는 外人...환율 상승속도 30개국 중 3위

■원화급락 3가지 이유는

② 위안화 가치 절하 나서자 원화도 동반 약세

③ 남북·북미 정상회담 효과 사라진것도 '한몫'

한국이 또다시 글로벌 투자자들의 현금자판기로 전락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글로벌 펀드의 반기 재무제표 확정일까지 다가오자 가장 손쉽게 돈을 인출할 수 있는 한국에서 자금을 빼가는 것이다.

28일 외국인들은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화 팔자에 나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오전 외환시장과 관련해 “시장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경고하자 1,122원대에서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1,118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날 하루에만 주식시장에서 2,416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들이 달러 매입을 멈추지 않으면서 다시 급등세로 돌아서 전 거래일보다 6원60전 오른 1,124원20전에 마감했다. 지난해 10월30일(1,124원60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1차 방어선으로 여겨지던 1,120원대를 손쉽게 돌파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무역전쟁 선포라는 이중고가 겹친 지난 15일 이후 원화 값 하락 속도는 유난히 빨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5~27일 원화 값은 2.0% 떨어졌다. 무역전쟁 당사국인 중국(-2.5%)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베네수엘라(-20%)를 제외하면 주요30개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급격한 원화 값 하락의 원인은 무엇보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에 따른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높아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가 진행됐고 중국 통화당국이 위안화 가치 절하에 나서자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자금 인출이 쉽지 않은 중국 대신 한국에서 돈을 인출해 추가적인 손실을 막으려는 ‘헤징’ 전략을 구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초까지 한반도 해빙 무드가 조성되면서 원화가 나 홀로 강세를 보인 데 따른 반사효과라는 지적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대부분의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일 때 원화만 강세를 유지했다”며 “정상회담이 끝나자 원화 값이 제자리를 찾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기 말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반기 재무제표 확정을 앞둔 글로벌 펀드들이 수익률 확정을 위해 이익을 낸 주식을 팔아 달러로 현금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달러화 매입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한국에서 대규모의 자금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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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다음달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결정이 원화 값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연내 1,150원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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