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의 메가 트렌드가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시대는 지났다. 인구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작은 집단이 시장을 만들고 선거의 결과를 결정하고, 산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바야흐로 ‘마이크로트렌드’의 시대가 온 것이다.”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본부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고, 미국 최고의 여론조사 권위자이자 ‘워싱턴 제2의 영향력자’인 저자 마크 펜은 ‘마이크로트렌트X’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며, 앞으로 10년 우리의 삶을 바꿀 트렌드 50가지를 제시했다.
‘특별한 1%’들이 만들어낸 변화는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감지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트럼프의 당선이다.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것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지만 고령화가 사회 트렌드가 되면서 그의 당선 가능성은 높아졌다. 미국에서 65세 이상의 집단이 15%를 넘어서면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고, 이들은 힐러리보다 트럼프를 8% 포인트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와 ‘은발’이라는 대척점에 있던 두 ‘마이크로트렌드’가 결투를 벌이다 젊은 쪽이 패한 셈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지금 세상이 도무지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그런 변화가 서로 대립하는 기류들이 부딪혀 일어나는 권력 이동의 산물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책은 한국인 독자가 관심 가질만한 변화들이 꽤 등장해 우리에게 닥칠 삶의 모습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다. 우선 ‘이인자 남편’이 그렇다. 우리는 이미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의 유능한 변호사 미란다와 바에 일하는 남편 스티브를 통해 ‘이인자 남편’을 봤다.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서 가장과 주부의 역할이 뒤바뀌고, 성공한 여성이 데이트할 만한 성공한 남성의 수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책은 이인자 남편의 트렌드에 가장 타격을 받을 나라로 한국을 지목했다.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아내들의 수입이 남편들의 수입보다 많은 경우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전통적으로 여성을 살림꾼이자 양육자로 보는 인식이 강한 나라에서 이인자 남편의 입지는 그렇게 탄탄하지 않을 것인데 대비 없이 이인자 남편이 되는 불편한 진실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코리안 뷰티’라는 트렌드를 소개하며 한국의 화장품 시장에 대한 미국에서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특히 ‘물광 피부’로 만들어주는 한국산 시트형 마스크팩은 인스타그램은 물론이고 화장품 전문점 세포라와 블루머큐리의 매대를 점령했으며, 할리우드 배우 드류 베리모어는 CJ ENM의 뷰티 프로그램 ‘겟잇뷰티’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국산 화장품의 시장 규모는 2017년 130억 원에 달하며, 동남아시아, 미국 등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2020년까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외에도 ‘디지털 재단사’는 앞으로 10년 동안 가장 성장세를 보일 트렌드로 꼽혔다. 엣시라는 회사는 맞춤복이 성행할 것이라는 조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2007년 창립 초기에는 연간 2,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현재는 연 매출액이 20억 달러를 웃돈다. 온라인 맞춤복은 치수가 문제인데 이 역시 최첨단 정보기술이 해결해 줄 것이고 낙관했다.
무엇보다 책의 장점은 세 번 결혼하는 ‘삼혼자’, ‘은발의 독신남’, ‘독신반려인’, ‘소셜 백만장자’, ‘자기 데이터 수집광’ 등 다양한 ‘1%’들의 삶과 이들이 바꿀 흥미로운 트렌드가 단번에 읽힌다는 점이다.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