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사우디 MSCI 신흥지수 편입 7조원 이탈

한국 증시 비중 축소 충격 불가피

해외펀드 엑소더스 가속화 우려

세계 최대 기업가치 보유 아람코

올 상장 전망에 투자자 관심도 커

코스피 外人 '팔자'에 1.5% 하락




사우디아라비아가 국내 증시의 또 다른 외국인 자금 이탈의 불안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사우디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지수 편입이 20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패시브 펀드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해외 펀드들의 엑소더스가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증시는 세계 최대 기업가치를 보유한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이르면 올해 안에 상장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수 추종 자금이 1조2,000억달러라고 가정하면 사우디 편입으로 인한 국내 증시 이탈 자금은 58억달러(약 6조4,327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신흥국 불안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에 MSCI의 시장 재분류가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MSCI는 한국 시간으로 21일 새벽 연간 시장 재분류 방안을 발표한다. 한국이 포함된 MSCI 신흥지수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신규 편입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해 지수 편입이 불발됐던 사우디가 이번에 성공할 경우 지난 5월 기준 MSCI 신흥지수 내에서 15.36%에 달하는 한국 증시 비중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실제 올해 중국 A주의 MSCI 신흥지수 편입으로 국내 증시의 자금 이탈이 감지됐는데 사우디로 인해 한 번 더 충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MSCI에 앞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이머징 지수 편입에 성공해 MSCI에도 큰 변수가 없다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장 전문가들도 MSCI의 지수 조정이 국내 증시 외국인 투자에 악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패시브 입장에서 한국물의 비중이 장기적으로 감소되는 과정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사우디아라비아가 MSCI 신흥지수에 편입될 경우 비중은 2.3%로 한국 비중은 0.49%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행렬에 신흥국에 투자하는 패시브 펀드 자금 규모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한국물 비중 감소의 여파는 더 커질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7일부터 13일까지 13억4,000만달러의 자금 순유출이 발생하는 등 최근 4주 연속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이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선진국 주식형 펀드와는 반대되는 상황이다.


MSCI 시장 재분류에서 중국 비중 확대도 주목해서 살펴야 할 부분이다. 김 연구원은 “중국 A주 대형주 추가 편입 비중과 중국 A주 중형주의 편입 여부도 결정된다”며 “중국 A주 대형주 20% 확대 편입 시 한국 비중은 0.48%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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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이탈의 위기도 있지만 새로운 시장의 기회도 생긴다. 사우디 국영기업으로 세계 최대 에너지 업체인 아람코가 이르면 올해 안에 사우디 타다울 증시에 상장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약 16%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아람코는 기업가치가 2조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현재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당초 아람코는 사우디 왕실 주도로 지난해부터 해외 증시 상장에 목표를 두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사우디 증시에 일부를 먼저 상장하고 해외로 진출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외신에서는 아람코 상장이 해외 투자자들의 사우디 증시에 대한 투자확대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015년 외국인투자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사우디 증시는 아직 외인 투자 비중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MSCI와 FTSE 등 지수 편입 기대감에 사우디 타다울지수가 약 15% 오르는 등 열기는 확산되고 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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