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페미니즘 이후의 페미니즘

■김은실 外 8인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너도나도 ‘여성주의’를 입에 올리는 페미니즘 대중화 시대, 인류학자인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가 여성 제자 8명과 함께 한국 여성문제의 현주소를 조명한다.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미투 운동 등으로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여성을 향한 사회적 차별을 일시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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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성폭력 폭로 이후 피해자가 겪는 문제, 여성의 입대를 둘러싼 논쟁, 걸그룹을 바라보는 대중 심리, 저출산 문제를 인구 위기 관점에서 접근하는 정책의 맹점 등 한국 현실 속 페미니즘을 생생하게 담았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고 피해자의 고통에만 초점을 맞추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양성 평등 차원에서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는 주장은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 사회의 젠더와 계급 차이를 은폐한다고 꼬집는다.

책은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올바른 여성주의가 사회에 제대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논쟁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들은 희생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상황의 취약성, 언제든지 혐오와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타자로서의 위치성을 자각했다. 그리고 여성으로서 삶의 경험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이해와 해석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주변인으로, 타자로 자신을 인식하고 동시에 다른 여성과 타자로서 동일시하게 되는 경험은 대단한 계몽의 순간이다. 그러나 계몽의 순간이 ‘앎’의 끝은 아니다. 그다음 순간에 제기되는 질문은 최초에 제기되었던 질문과 경합하고, 또 질문들끼리 맞물려 더 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교착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현재 여성들이 직면한 이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젠더에 관한 기존의 시각, 사유 방식과 문제 제기의 틀 자체가 변화되어야 함을 제안한다.” 1만4,000원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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