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은 찾아오는 손님에게만 서비스하는 곳이라는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세계적인 공항 운영사로 비상(飛上)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해외사업은 인천공항이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야 할 20~30년 미래 먹거리입니다.”
지난달 29일 인천 영종도 집무실에서 만난 정일영(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공사의 중장기 전략에 대해 “인천공항은 이미 새로운 도전을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최근 1~2년 동안 인천공항은 안정된 운영과 실적으로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2터미널의 성공적인 개장’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상 최고 실적 달성’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1위’ ‘세계 공항 브랜드 1위’ 등의 수식어가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정 사장은 “각국의 첨단기술이 총집약된 공항산업은 그 어떤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도전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개항 17년을 맞은 인천공항이 국내에 머물러 있지 않고 전 세계 공항을 운영하는 글로벌 공항 운영사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 사장은 “지금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 할 적기”라며 “앞으로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해외사업에서 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중장기 해외사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공항의 운영 컨설팅부터 신공항 건설, 투자개발, 위탁운영 등 공항 운영 노하우 전반을 수출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공항 운영참여형 투자사업을 시작으로 해외공항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글로벌 공항 운영사로 거듭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공사는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3단계에 걸친 중장기 해외사업 로드맵을 세웠다. 정 사장은 “지은 지 17년 된 인천공항 제1터미널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며 “비용은 늘고 수익이 줄었을 때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장기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인천공항은 현재 그러한 시점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사는 오는 8월 개장을 앞둔 쿠웨이트국제공항 제4터미널 위탁운영사업권을 수주했다. 앞으로 5년간 쿠웨이트공항 4터미널 운영과 유지보수, 입점 업체 선정 등 터미널 운영 전반을 인천공항이 책임진다. 이 사업은 총 1억2,760만달러(약 1,400억원) 규모로 지난 10년간 공사의 해외사업 수주 전체 누적액을 뛰어넘는다.
공사는 쿠웨이트국제공항 사업을 기반으로 중동·동남아시아·남미·동유럽 등으로 인천공항 브랜드 수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세계항공산업 전망에 따르면 항공 자유화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으로 세계 항공수요는 2029년까지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민간 발주가 예상되는 각국의 공항건설 사업은 총 6,556억달러로 추산된다. 정 사장은 “한국은 공항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건설·정보기술(IT)·통신·기계 등 모든 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공항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며 “쿠웨이트공항 수주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기반을 다져온 필리핀·인도네시아·우즈베키스탄 등 아태지역 거점 국가들을 중심으로 추가 수주에 성공하면 수십억 달러 이상의 실적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공사는 지난 2009년 이라크공항 건설 컨설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3개국에서 27건의 해외사업을 펼쳐 총 9,344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거뒀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해 2조원대로 추정되는 세르비아공항 운영권과 미국 JFK국제공항 1터미널 운영권 등 각종 해외공항 운영권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역량부족이라는 평가와 함께 내부에서는 해외사업부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마저 터져 나왔다. 정 사장은 “인천공항은 모든 게 세계 톱이었지만 해외사업 부문은 경쟁 공항에 많이 뒤처져 있는 후발주자였다”면서 “기술력보다는 경쟁사에 대한 정보 부재가 가장 큰 패인”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는 약점을 알았기 때문에 더 이상 경쟁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각오도 담겨 있었다.
정부의 규제도 해외 진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었다. 공기업이 500억원 이상 자기자본을 투자하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내 공항 운영사들이 해외 공항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촌각을 다투는 해외 수주전에서 수개월이 소요되는 예타 때문에 입찰을 포기하거나 500억원 미만의 사업에만 뛰어드는 등 해외사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사장은 “해외 건설업체 등과 합작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예타로) 의사결정이 즉각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고 그런 만큼 발언권도 줄어든다”며 “예타제도의 조사기간 단축이나 500억원으로 묶인 상한선을 현실에 맞는 수준으로 개선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세계 공항시장에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인천공항의 강점으로 ‘스마트 기술’을 꼽았다. “제2터미널의 성공적인 개항 이후 해외공항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해외공항 건설이나 위탁운영 요청은 바로 인천공항의 스마트 IT에 대한 수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인천공항은 탑승권 없이 얼굴 인식만으로 출국하고 해외여행 전 집에서 택배로 수하물을 미리 보내고 귀국 후에는 집에서 택배로 받는 등의 ‘스마트 100대 과제’를 2023년 달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인천공항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공항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더 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한 공항을 추구한다. 스마트 기술은 이미 인천공항 곳곳에 도입돼 있다. 제2터미널은 탑승권과 여권으로 승객이 직접 수하물을 부칠 수 있는 ‘셀프백드랍’, 승객이 직접 항공권을 발권하는 ‘셀프체크인’ 시스템 등을 갖춰 출국시간을 20분가량 줄였다. 정 사장은 “한국과 인접한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이나 홍콩 첵랍콕공항과의 경쟁에서도 첨단 IT가 승부를 가릴 것”이라며 “서비스에 이어 기술 분야에서도 세계 어떤 공항과 견줘도 이길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정 사장은 인천공항의 미래 인프라 청사진도 제시했다. 제4활주로 건설과 2터미널 확장공사를 중심으로 한 4단계 건설공사를 마치는 2023년에는 여객 1억명 시대를 열고 세계 3대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사는 추가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공항 인접지역을 관광단지로 발전시키는 ‘에어시티’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카지노·레저시설·관광단지·호텔 등이 어우러진 복합도시 개발로 신규 여객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류수송 허브공항을 위한 인프라도 구축한다. 글로벌 특송항공사와 항공물류기업을 유치하는 대규모 물류단지(31만3,154㎡) 및 전 세계 전자상거래 물품을 반입한 뒤 배송하는 글로벌배송센터(6만㎡)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270만톤 수준인 물동량을 2020년 300만톤까지 확대해 수출전진기지의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사장은 “중장기 전략이 완성되는 2023년이면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의 명품공항으로 재탄생한다”며 “복합리조트 등 공항복합도시 종합개발로 일자리 5만5,000개가 창출되고 20년간 매년 매출 8조원과 신규 관광수입 7조7,000억원을 창출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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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충남 보령 △서울 용산고 △연세대 경영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발전경제학 석사 △영국 리즈대 교통경제학 박사 △1979년 23회 행정고시 △1992년 교통부 항공정책과장 △2000년 건설교통부 국제항공협력관 △2001년 국제민간항공기구 대표부 참사관 △2009년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2011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2016년 2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