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지수산출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차그룹 계열사도 ‘ESG리더스지수’에서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와 사회책임에 관심을 높이며 최근 지배구조 개선 문제로 논란이 불거지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지수에서 편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가 최근 일제히 하락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SCI는 지난 6월 정기변경에서 ‘MSCI 코리아 ESG 리더스 지수’에서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중공업지주를 제외했다. 해당 지수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로 지속가능성이 우수한 기업을 뽑아 종목을 구성한다. ‘MSCI 코리아’ 구성종목 113개 중 ESG 평가 BB등급, 사회적 논쟁(controversy) 평가에서 10점 만점 중 3점 이상인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한다. MSCI는 매년 2월, 5월, 8월, 12월 해당 지수의 정기변경을 실시하는데 이번 정기변경에서는 기존 4.04% 편입하던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현대중공업지주(1%), 현대위아(0.22%)를 제외했다.
그 밖에 셀트리온, S-OIL, 롯데쇼핑, 금호석유화학, 아모레퍼시픽우, 제일기획, 한샘 등도 지수에서 빠졌다. 새로 진입한 기업은 OCI 뿐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MSCI가 각 기업 등급을 결정하면서 평가 점수를 내는데 여기서 해당 기업 점수가 상대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평가 영역이 지배구조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중시하는 만큼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이러한 요건을 미달했다고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MSCI가 국내 지배구조 논란을 겪는 기업을 ESG 관련 지수(ESG 유니버설·ESG 리더스)에서 제외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재판을 받으면서 사회적 논쟁 부문에서 기준에 미달해 제외됐다. 오너 일가의 갑질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대한항공은 또 다른 지수인 ‘MSCI 코리아 ESG 유니버설’ 지수의 6월 정기 변경에서 빠졌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제외된 데는 최근 지배구조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 등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주요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가 이어지며 스스로 이를 철회한 뒤 이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한 달 가까이 새로운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후 현대모비스 주가는 10% 이상 하락했다. 현대글로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의 주가도 변동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MSCI 정기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지수가 특정 종목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는 투자 비중을 줄인다. 현재 국내에서 ‘MSCI코리아ESG리더스’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MSCI KOREA ESG 리더스’다. 하지만 해당 종목의 시가총액은 88억원 가량으로 거래량이 거의 없어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SG펀드가 국내에서 아직 규모가 작아 손실을 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MSCI가 지배구조, 오너 이슈가 있는 기업을 편입·편출하는 건 투자업계가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