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의 어원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인 젠트리(gentry)가 상대적으로 못사는 사람들의 거주지에 파고 들어가 공간을 변화시키는, 즉 ‘젠트리파이(gentrify)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영국의 도시학자인 루스 글래스가 1960년대 런던의 쇠락한 도심 주거지가 중산층 주거지역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설명한 것에서 유래됐다. 오늘날에는 주거지뿐 아니라 상업지역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중산층들이 쇠퇴지역에 진입해 도시의 활력을 가져오는 현상이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일이 급격하게, 특히 원주민에 대한 이주 대책 없이 이뤄질 때는 대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 전 세계의 대도시들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갈등 중이다. 2000년대 후반에 발생한 금융위기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시중에 풀어놓은 막대한 자금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많이 관찰된다. 저금리로 인해 마땅한 수익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부동산으로 흘러들면서 급격한 도시 변화를 유도한 곳들이 세계 도처에 널려 있다.
글래스가 관찰하던 때와 다르게 최근 도시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자본의 의도적인 흐름에 의한 경우가 많다. 먼저 쇠퇴한 거리에 자본이 흘러들어 이를 변화시키고 적당히 꾸민다. 곧바로 이곳은 매력적인 곳으로 환골탈태하면서 멋진 곳으로 소문이 난다. 당연히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제 원주민들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쫓겨난다. 원주민들이 쫓겨나도 임대료는 계속 올라간다. 매력 있고 아기자기한 거리에 거대 프랜차이즈 업종들이 들어오고 커다란 가게를 꾸민다. 결국 거리에는 매력이 사라지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점차 줄어든다. 프랜차이즈로 대표되는 자본은 빠져나가고 거리는 다시 쇠퇴한다. 거리의 생로병사(生老病死),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시나리오인데 실제 우리 주변에 이런 곳이 늘어나고 있어서 문제다.
이 문제를 어찌해야 할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인구 80만명에 불과한 이 도시에는 연간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린다. 건물주들은 주민들에게 장기 임대를 주는 것보다 관광객들에게 단기 임대하는 것을 택해왔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공유 서비스의 탄생은 이를 더욱 부추겨 도시를 거대 호텔로 만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최근 시 정부는 이러한 단기 임대를 금지했다고 한다. 암스테르담의 경우는 아직 새 정책의 효과에 대한 평가가 나오지 않아 속단할 수는 없다. 다만 시 정부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직시하고 신속하게 주민 우선의 관점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깊이 살펴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