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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성동일, 짜증내고 욕해도 썩 밉지 않은...재래시장 같은 이 남자

“난 예술가 아닌 연기 기술자”

“간절하게, 절실하게 연기 해라”


“한 달 에 한 번만 학교에 가는 학생이 공부를 잘 할 수 있겠나”

성동일이 다작의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배우 성동일/사진=조은정 기자배우 성동일/사진=조은정 기자



tvN 드라마 ‘라이브’에 이어 영화 ‘탐정: 리턴즈’ 그리고 JTBC ‘미스 함무라비’에 이어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배우 성동일은 “다작이 아니다” 며 “돈을 버는 연기자가 열심히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저는 저를 ‘기술자’라고 얘기해요. ‘예술가‘란 표현은 저는 못 쓰겠더라고요. 열일한다. 소처럼 일한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30년 동안 10작품 하는 사람이 연기를 잘 할까요, 30작품 하는 사람이 연기를 잘 할까요? 한 달 에 한 번만 학교에 가는 학생이 과연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요? 공부 안 하고 서울대 가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다고 할 수 있죠. 그것이랑 마찬가지라 봐요.”

1991년 SBS 1기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성동일은 28년차 배우다. 1998년 드라마 ’은실이‘에서 빨간 양말’로 얼굴을 알렸고, ‘응답하라’ 시리즈로 국민 배우로 거듭났다. 이후 ‘뉴하트’(2007), ‘추노’(2010), ‘괜찮아 사랑이야’(2014), ‘디어 마치 프렌즈’(2016), ‘푸른 바다의 전설’(2016),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 ‘라이브’(2018)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좀처럼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 성동일이 기자들과 만났다. 007 시리즈처럼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과 애정을 가지고, 편안한 후드티를 입고 인터뷰 현장에 나타난 그는 “썩 밉지 않은 영화이자, 불편한 점이 없는 영화였다. 영화가 이렇게 욕 안 먹는 것도 처음 아닐까 싶다”고 말을 건넸다.


전작인 ‘탐정: 더 비기닝’(감독 김정훈, 이하 ’탐정1’)은 2015년 개봉해 262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지난 6월 개봉한 ‘탐정: 리턴즈’(감독 이언희, 이하 ‘탐정2’)는 7월 현재 282만명을 불러 모았다. 그 중심엔 ‘죽는 날까지 재미있는 거 만들자’고 의기투합한 권상우와 성동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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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는 물론 주말이면 시간을 내, 아이들에게 연극 및 영화 콘텐츠를 보여주고자 신경쓴다고 하는 그는 ‘웃으면 좋다’는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탐정2’ 역시 10대부터 50대 이상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를 촘촘하게 저격했다는 너스레와 함께 말이다.

“15년째 집에 TV가 없어요. 내가 찍은 작품을 안 보거든요. 모니터나 TV에 신경쓰다 보면 오히려 눈으로 보는 연기를 해버리는 것 같더라구. 배우는 찍는 사람이지 보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도 작용했어요. 아이들과는 함께 웃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해요. 영화는 극장이 아닌 집에서 보여주는 편이에요. 아이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작품을 2편 이상 골라놔요.”

“ 무엇보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제일 많이 봐요. 공연 티켓비에 나가는 돈이 꽤 될 걸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가족이 모여서 외출하고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혼자 게임 하면서 웃는 애는 없잖아요. 그런데 공연 보러가서는, 서로 동생들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엄마도 같이 웃어요. 집에 들어오면서 짜장면 집도 가고, 통닭이라도 하나 사서 함께 뜯어먹을 수 있잖아요. 그런 소소한 재미인 거죠.”

영화 ‘탐정2’ 스틸영화 ‘탐정2’ 스틸


배우 성동일배우 성동일


배우 성동일배우 성동일


배고팠던 시절 잠을 못 잘 만큼 바쁘게 지내는 하루 하루를 꿈꾼 그는 결국 소원을 이뤘다. 비법은 ‘연기에 대한 간절함’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에 있었다. 그에게 ‘작품’은 ‘가족’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연기가 간절해지면 돼요. 처음으로 제 이름으로 된 집을 사고, 우리 아이들에게 피자를 사줄 수 있던 날을 잊지 못해요. 돈은 정당하게 벌어야 하고, 직업 연기 기술자인 저는 받는 만큼 해야 하고요. 저는 현장을 즐길 나이지 명예나 인기를 느낄 나이는 아니죠. 이제는 사람을 중요시해야지 이것 저것 따지면서 하다보면 우리 아이들 입에 거미줄 칩니다.“

“배우는 기술자이다”고 말하는 그의 꿈은 죽은 뒤에도 “ ‘참 재미있는 아빠였어. 즐거운 친구였어’라고 회상할 수 있게 ‘연기’란 직업을 열심히 해 나가면서 하루 하루를 살고 싶은 것”이다.

인터뷰 내내 사람냄새 나는 웃음이 넘쳐났다. “사회가 어려우면 저처럼 촌스럽고 재래시장 같은 배우를 많이 그리워하시더라고요. 지금이 아주 적기입니다.”고 맛깔스런 멘트도 내 놓았다.

“학교 다니는 학생이 예습, 복습을 해야 성적이 늘 듯 그렇게 일하면서 살고 싶어요. 제 연기로 누군가를 웃을 수 있게 한다는 건 참 뿌듯하고 행복한 일이잖아요. 명 배우 알파치노도 연기를 못하면 과감 없이 까는데, 이번엔 다들 너무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가 연기를 불쌍하게 했나 봅니다. 하하. 경거망동하지 않겠습니다. (권)상우에게도 전문용어로 ‘캄다운’ 주문을 넣고 있습니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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