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좌파 트럼프' 손잡은 멕시코...대미관계 험로 예고

■멕시코 89년만에 정권교체

국가재건운동당 오브라도르

출구조사 53%로 당선 확실

대권 도전 삼수만에 꿈 이뤄

의회·지방선거도 압승 유력

무역·이민 등 美와 충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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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선이 치러진 1일(현지시간)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지지자들이 선관위의 예비개표 결과를 확인한 후 당선을 확신하며 환호하고 있다.  /멕시코시티=AFP연합뉴스멕시코 대선이 치러진 1일(현지시간)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지지자들이 선관위의 예비개표 결과를 확인한 후 당선을 확신하며 환호하고 있다. /멕시코시티=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당 후보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4)가 당선되면서 지난 89년간의 우파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었다. 멕시코 사회 깊숙이 뿌리 내린 부정부패와 폭력·불평등에 염증이 난 민심은 1929년부터 장기 집권해온 보수 우파에 등을 돌려 ‘멕시코의 트럼프’로 불리는 좌파 포퓰리스트에게 정권을 넘겨줬다. 좌파 진영은 대선뿐 아니라 같은 날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압승할 것으로 예상돼 멕시코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서 유례없는 변화의 바람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는 오브라도르의 당선으로 멕시코의 대외정책, 특히 대미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예비 개표 결과에 따르면 오브라도르는 53~53.8%의 득표율로 당선이 확실시된다. 경쟁 후보였던 중도우파 국민행동당(PAN), 중도좌파 민주혁명당(PRD)의 연합후보인 리카르도 아나야는 22~22.8%, 집권 중도우파 제도혁명당(PRI)의 호세 안토니오 메아데는 15.7~16.3%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아나야와 메아데 후보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패배를 인정했고 오브라도르는 지지자들에게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하며 승리를 선언했다. 승리가 최종 확정되면 그는 오는 12월1일 취임하게 된다.


1976년 정계에 진출해 42년간 정치경력을 쌓아온 오브라도르는 대권 도전 삼수 만에 승리를 이뤄냈다. 그는 2000년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된 후 ‘서민들의 대부’로 불리며 야권의 핵심 지도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오브라도르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모든 멕시코인들을 존중하겠지만 가난하고 잊혀졌던 사람들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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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총 3,400여 직위를 선출하는 멕시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선거인 동시에 89년 동안 보수 우파가 장악했던 멕시코에서 좌파로의 정권교체가 예고되면서 일찌감치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왔다. 멕시코에서는 1929년 PRI 창당 이후 무려 우파 보수 성향의 PRI와 PAN이 권력을 독점해왔지만 장기집권의 고질적 후유증인 부정부패와 불평등 심화 등으로 이번 대선뿐 아니라 의회와 지방선거에서도 좌파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인 콘술타미토프스키의 출구조사 결과 모레나당 연합은 9곳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멕시코시티 시장을 비롯해 최소 5곳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멕시코 정치분석가인 예수스 실바 헤르조그는 모레나당 연합의 약진에 대해 “국가적인 허리케인”이라고 묘사했다.

모레나당 연합의 승리는 앞으로 오브라도르의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오브라도르는 부정부패 척결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노인 연금 증액, 청년층의 고등·직업교육 접근 확대 등 서민층을 겨냥한 포플리즘 공약을 실행할 예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브라도르의 급진적 정책들이 정부 재정지출을 늘려 멕시코의 금융 안정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페소화 가치가 선거 직후 소폭 올랐다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이 같은 경계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오브라도르는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이날 승리 연설에서 “대단한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개인의 재산권은 보장될 것”이라며 “현 정권의 에너지 개혁으로 발생한 계약의 부패나 불법 행위를 면밀하게 조사하되 재산 몰수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그는 또 “중앙은행의 자치권을 존중하고 재정안정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악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오브라도르는 대선 운동 기간 내내 미국과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무역과 이민·국경장벽 등을 놓고 트럼프 정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멕시코의 새 지도자와 함께 일할 것을 고대한다”며 오브라도르의 당선을 축하했지만 LA타임스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오브라도르는 전임자들과 달리 미국에 덜 종속적일 것”이라며 “그의 당선이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라고 전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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